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0.16 15:29

"왜 민심과 싸우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진실한 마음 육성으로 국민에 표현해 달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망사건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망사건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국정운영 전반을 쇄신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국정쇄신 없이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전반을 비판하며,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당부했다. 즉,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을 쇄신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며 "대통령이 지금의 정책과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승리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어제와 오늘을 거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방송 나갈 때마다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해 사과해달라, 아직 잘할 수 있다, 3년반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왜 민심과 싸우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정권 잡아서 1년 내내 상대 당대표 잡아넣는 것에 매진하다 잡아넣지도 못하고 자당 내 다른 의견 나오는 것은 공격한다고 때려잡는다고, 원하는 지도부를 출범시켜 어렵게 우리 당을 지지하겠다고 한 젊은 사람들과 전라도 지역 지지자들 다 잃어버리는 지금 상황에서도 어떤 유감 표명도 없다"며 "이렇게 시간이 흘러간다면 정치 자체가 희화화·형해화 되지 않겠냐"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중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지난 수해 때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숨진 해병대 장병 관련 수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는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아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세워 가장 높은 곳에도 법은 추상같이 적용된다는 선례를 세웠다"며 "41살에 부모가 시험관 시술로 낳은 한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해병대 이야기에서 눈물이 시작된 그는 참으려고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손으로 눈물을 닦으려 하다 결국 목이 메여 말을 이어가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내내 빨간색 옷을 맞춰 입고 강서구에서 회식을 한 뒤 보고서에 그 실적을 보고하는 전략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이런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토론하고 논쟁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선거의 결과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하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없는 익명의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그것을 뒤집고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60일이면 충분했다"며 "여당이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180일이면 어떤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개진될 수 있도록 언로 개방도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뀐 척 해봐야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고 그 저주는 밤비노의 저주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여당을 괴롭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탈당 등에 대한 고민도 은연중에 내비쳤다. 이 대표는 '당이 반성하지 않으면 탈당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개인적 거취는 오늘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적어도 보수정권이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오늘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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