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0.23 14:30

이달 27일 회장 취임 1년…'뉴삼성' 발표 기대감 고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난 1년은 기술 개발을 독려하며, 투자를 타진하고, 글로벌 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통해 삼성 재도약의 밑그림을 그린 시간으로 정의된다. 이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혁신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의 기틀을 마련키 위한 해법의 과정이기도 하다.  

오는 27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회장직에 오른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 취임 1주년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아 '뉴삼성'에 대한 윤곽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 대열에 올려놓은 것처럼, 이 회장도 과감한 도전과 원대한 비전을 담은 '뉴삼성'의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재계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뉴삼성' 전략을 통해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라며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명료하게 선언하고, 전사가 한 방향을 향해 달릴 때가 진정한 '이재용 시대'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승진 한 달여 전인 지난해 9월 하만 멕시코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승진 한 달여 전인 지난해 9월 하만 멕시코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새로운 성장동력 찾기

지난해 회장 취임 직전, 이재용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선대회장이 반도체로 삼성을 퀀텀 점프시켰다고 한다면, 이 회장은 바이오로 그룹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 11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인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은 이때 자체적인 시설투자에 힘을 쏟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우선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제4공장에 이어 제5공장, 제6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생산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11만평 규모의 제2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해 바이오 분야에서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바이오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3주 정도 미국을 돌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미팅을 진행했으며 최근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미국계 글로벌 제약회사인 BMS와 총 2억4200만달러(약 3213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의약품을 2030년까지 위탁받아 생산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기업인 노바티스로부터 51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수주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체결했던 투자의향서의 본계약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특히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에서 바이오 기업 인수에 상대적으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반도체, 모바일, 가전 분야보다 바이오 기업에 더 강한 투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M&A를 깊이 있게 고려했고, 이 회장은 특히 바이오젠 젠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결국 바이오젠 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360조 투자...확고한 '1위' 다진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360조원 이상 투자를 밝힌 지난 4월, 이 회장은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다"며 "삼성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첨단 산업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첨단 시스템반도체에 300조원을 투자할 뿐 아니라, 지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시스템 반도체 및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세계 정상급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기술력을 통해 '반도체 1위'로 뻗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뿐 아니라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해외로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했으며, 이번 추석 연휴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지난 1년은 해외 각국에서 글로벌 기업 CEO와 직접 만나고 대통령 순방 일정에도 동참해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소화하는 데 전력투구해 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에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 오찬 자리에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 기업인들을 동석시킨 것은 투자 협력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편에 이재용 회장이 배석해 있다. (사진=뉴스1)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편에 이재용 회장이 배석해 있다. (사진=뉴스1)

◆대형 M&A 확고한 의지…언제쯤 가시화할까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M&A와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주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의 M&A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M&A에 대한 거래 성사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3'에서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로 이렇다 할 M&A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있었던 하만이 마지막이었다. 삼성의 경영진들은 기자간담회나 IR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M&A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M&A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외부 자문사들과 협업을 통해 다수의 매물을 심각하게 검토해 온 만큼, M&A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의 성과는 우리나라 산업계를 넘어 경제 전체의 성과로 직결된다. 삼성의 제2 도약을 위한 이 회장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의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계에선 4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이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는 27일에도 재판정에 출석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05차 공판이 이날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고려, 올해도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라는 변수까지 가중된 현실에서 시곗바늘은 지금도 숨 가쁘게 돌고 있다. 자칫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이재용 회장의 한 수가 절실해진 순간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