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0.24 16:04

회사별 TF 제 역할 수행 못 해…준감위 30~31일 워크숍 '주목'
기술 투자 지속·인재 중시·현장 경영·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삼성그룹에 그동안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어온 컨트롤타워가 재건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정치 리스크로 인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기는 했지만, 통합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관련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이 관료 등 영입에 나선 바 있는 데 이는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 준감위 워크숍서 컨트롤타워 필요성 논의되나

24일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30~31일까지 1박 2일로 워크숍을 떠난다. 이 기간 중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크샵에서 올 한해 준감위 활동을 돌아볼 계획인데, 내부거래 및 대외 후원금 문제 등 기존 안건 외에도 별도로 컨트롤타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전략실은 2016년 해체되고 각 기업에는 TF 조직이 생겨 간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서고 있지만, ‘이전만 못 하다’거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생겼지만,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생명에는 금융경쟁력제고 TF가 생겼고, 삼성물산에는 EPC 경쟁력강화 TF가 발족됐다. 사업지원 TF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으며,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은 금융경쟁력제고TF장을,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장을 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미전실에서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신사업 전략을 수립해왔는데 3개의 TF 조직에서는 신사업 추진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채 번번히 막히게 된다"며 "미전실과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연매출 300조 성장에 컨트롤타워 '큰 역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현재의 연매출 30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시가총액 400조원의 세계적인 기업이 된 데는 60개 계열사를 거느린 컨트롤타워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59년 일본 미쓰비시 및 미쓰이가 조직관리에 강하다는 점을 창안해 20명 정도로 비서실을 꾸렸다. 의전기구 정도에 그쳤던 비서실은 규모가 커지면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전실로 바뀌었다. 미전실은 그룹의 조타수 역할을 담당하면서 '삼성의 청와대'라 불렸을 정도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월 그룹의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했.

이 위원장은 “ 회장과 면담을 가진 이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항공모함으로, 많은 조직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 통일성 면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회장과 준감위원들과 면담을 가진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 회장이 재판을 받으며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컨트롤타워 부활에 신중할 밖에 없다. 1주년을 맞는 27일에도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과 관련된 105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날은 별도의 행사나 메시지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서 개최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 이유로 “미전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많은 의혹이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에서 벗어나 컨트롤타워를 다시 설립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 컨트롤타워 설립하면 경제시민단체 반발 우려...부정적 이미지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특히, 삼성이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설립한다고 선언했을 때 경제시민단체에서 큰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조심스럽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은 ‘재벌공화국으로 회귀’를 선언한 것이자 국정농단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전경련 개가입을 조건부 승인한 데 대해 “존재 목적을 상실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미전실은 특히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건넨 핵심 역할을 해 정경유착의 주된 고리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컨트롤타워를 부활한다면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미등기 이사 해결과제로...인재제일주의·현장경영 등 '긍정적 성과' 

이 회장이 미등기 이사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이사 신분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후 아직까지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에 사법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발생할 위험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1년을 맞아 그가 핵심으로 꼽아온 인재제일주의, 지속된 기술 투자, 현장 경영, 수평적인 조직 문화 등은 그가 일궈놓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사를 통해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꾸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인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2018년 AI(인공지능)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영입한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세바스찬 승(승현준) 글로벌 연구개발(R&D) 사장에게 글로벌 우수 인재 영입의 사령탑 역할을 줬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많은 인재를 확보했는데, 파운드리 분야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는 대만 TSMC의 엔지니어링 출신인 리준청씨가 반도체 부문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또 미국 패키징솔루션센터장으로 애플에서 지난 8년간 칩설계를 담당한 전문가인 김우평 부사장을 스카웃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이 회장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는 불황하게 꿋꿋하게 기술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글로벌 패권 경쟁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선행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귀국길에서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에게서 본받을 만한 점은 현장경영이다. 

대기업 총수는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그는 현장을 자주 방문해 고객들의 니즈를 직접 살피는 '현장경영'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이 1년 동안 소화한 공식적인 일정만 따져보더라도 '지구 두 바퀴를 이동한 정도'라고 평가된다.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도 자주 만남을 가졌는데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과 회동하며 미래 사업에 대해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팀장님, 부장님 등의 호칭 대신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거나 영어 이름 등을 말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수원 사업장에서 젊은 직원들인 디스플레이 사업부에 근무하는 MZ세대 직원들을 만나 차기 전략 및 서비스,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아닌 평직원들이 보고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그만큼 직원들과 허물 없는 소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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