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19 17:30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제공=큐텐)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제공=큐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큐텐이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앞서 큐텐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했으며, 이번 11번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시장 점유율 3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11번가 인수를 위한 투자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큐텐은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과 SK스퀘어 지분(80.26%) 일부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큐텐의 11번가 인수자금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코스톤아시아와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로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큐텐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악화일로로 치닫는 11번가의 경영상황을 꼽고 있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바 있다. 당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이행하겠다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업공개가 불발되면 투자금의 연 8%를 이자로 상환할 예정이었다. 올해 9월까지 약속한 IPO가 불발로 돌아가자 재무적 부담감이 커지게 돼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11번가는 투자를 받았던 2018년 67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난해는 영업적자가 151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률은 매출액 대비 10.1%에서 13%대로 나타난다. 이러한 실적은 IPO에 어려움으로 작용했고, 최근 자본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점도 IPO 기대감을 꺾이게 했다.

시장에서는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26%의 장부가는 1조494억원이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은 11번가 사장. (사진제공=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 (사진제공=11번가)

만약 큐텐이 11번가를 삼키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순위 변동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23.3%) ▲신세계(G마켓·옥션·쓱닷컴 등 10.1%) ▲11번가(7.0%) 순이다. 큐텐이 보유한 티몬(2.53%), 위메프(1.6%), 인터파크커머스(0.47%)의 점유율에 11번가 점유율을 더하면 11.6%로 신세계를 앞지르고 3위 사업자로 발돋움한다.

특히 큐텐의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등을 이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해외 직구와 물류 경쟁력을 내세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큐텐이 당장의 성과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삼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티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527억원이며, 위메프는 538억원, 인터파크커머스는 22억으로 3사 합산 영업손실은 208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사들의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자가 심화되는 11번가까지 더한다면 큐텐의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재무적 부담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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