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23 18:53
지난 8월 부산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에서 선보인 짐빔 하이볼 팝업스토어. (사진제공=이마트)
지난 8월 부산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에서 선보인 짐빔 하이볼 팝업스토어.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하이볼' 인기에 국내 맥주 ‘빅3’인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들 3사는 하이볼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반짝인기에 머물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관련 신제품 출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작년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4조1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다. 특히 국세청 통계에서 맥주 출고량은 지난 2013년(약 206만㎘) 정점을 찍은 뒤, 2021년(약 153만㎘)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도 증가하지 않았다.

아직 관련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도 맥주 판매액과 출고량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한 야외 활동 재개에 맥주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자리를 하이볼과 와인, 위스키 등이 대체했다”며 “음식점 맥주 1병이 6000원대까지 치솟은 고물가 부담과 직장 내 회식이 예전만 못한 것도 맥주 판매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볼은 국내 맥주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위세가 커지고 있다. 주요 편의점 3사(CU·세븐일레븐·GS25)의 올해 3분기 하이볼 매출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1분기와 비교할 때 평균 100% 이상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런 흥행에 따라 올해 1~9월 위스키류 수입량(관세청 통계 기준)은 벌써 2만4968톤을 기록, 연간 역대 최대치였던 2만7379톤(2002년)을 20여 년만에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어 희석한 주류를 말한다. 위스키의 쓴맛을 줄이고 은은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국내 하이볼은 일본식 하이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며, 특정 음식과 조합한 이색 마케팅에 '홈술(집에서 먹는 술)'과 '혼술(혼자서 먹는 술)' 트렌드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켈리' 맥주 생산라인 가동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켈리' 맥주 생산라인 가동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강력하게 불어닥친 하이볼 바람에 맥주 제조 3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신제품 ‘켈리’를 출시하고 오비맥주에 내줬던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별렀다. 이에 상반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생산공장 건립과 위스키 브랜드 ‘윈저’로 알려진 윈저글로벌(옛 디아지오코리아) 인수 검토에 나서는 등 신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맥주 시장의 전반적 하락세를 간접 입증하는 대목이다.

오비맥주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와 같이 종합주류회사가 아닌, 맥주 단일 주종만 생산하면서 하이볼과 같은 새로운 주류 트렌드 대응에 취약한 게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발포주 ‘필굿’에 타 먹는 티백 제품인 ‘뀼백 유자하이볼’ 맛을 선보였으나 시장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하이볼 인기에 적극 대응 중이다. 최근 하이볼 제품으로 ‘처음처럼 실론티 하이볼’을 출시했고, 연내 ‘처음처럼 솔의눈 하이볼’을 내놓는 등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기존 ‘순하리 레몬진’과 함께 ‘마스터 토닉워터’ 매출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토닉워터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진로토닉워터’가 70%대를 장악하고 있지만, 마스터 토닉워터의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진로토닉워터의 아성을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3위, 소주 시장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주류 생산공장마다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이 50%대를 겨우 넘길 정도로 저조하다”며 “하이볼은 롯데칠성음료의 이러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 임시방편적 성격을 지녔고, 시장에서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 감당할 수 있는 적정량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볼 인기가 3년 이상 이어져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판단을 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제품 개발부터 양산화 과정이 쉽지 않고, 특히 생산라인 변경은 대단위 투자가 뒤따르기 때문에 해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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