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0.25 16:18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우주항공청 설립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가열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3일 국회에서는 같은 주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별도의 토론회를 각각 열었다. 제목만 서로 달랐다. 국민의힘은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라고 명명한데 비해 민주당은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라고 이름 붙였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놓고 여야의 인식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여야가 대립하는 근본적 이유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우주항공청을 '어느 지역에 설립해야 하고 설립된 기관을 주도하느냐'로 요약되는 다툼이다. 여기에다가 설립된 기관의 성격을 연구개발 분야만 별도로 분리하느냐 아니면 우주왕복선과 발사체 발사는 물론이고 위성의 추적·운영까지 모두 다루는 복합우주센터 기능을 추가할 것이냐의 문제가 추가될 수 있다.

양측의 치열한 논란에 앞서 국가발전을 위한 대전제는 우주항공청의 설립이 우선적으로 우주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데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궁극적 목표는 대한민국이 우주기술과 개발에 있어서 우주선진국들을 추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우주 분야의 한 전문가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민항 항공제조업은 완제기가 아니라 OEM 방식의 부품 제조 수준이어서 조만간 한국 1인당 GDP가 4만 달러가 되면 인건비가 높아 경쟁력이 없어지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출구기회가 있는데 그게 바로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또는 UAM(도심항공 모빌리티)이다. 향후 10~15년뒤 AAM은 한국 상공에 400만~500만대가 날아다닐 전망인데 이에 대한 대비는 거의 전무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항공우주연구연(항우연)이 그동안 해온 누리호 방식은 사진으로 따지면 코닥필름 수준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민간 우주산업은 디지털 카메라 수준"이라며 "항우연 기술이 전동타자기라면 세계적 우주산업은 노트북이다. 항우연 방식으론 경쟁력이 전혀 없어 우주산업을 열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하고 마지막 기회다. 시간도 많지 않다. 길어야 3~4년이다"라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려는 정치인을 포함해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 진보를 저해하는 항우연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항공우주청'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어떻게 갈리고 있나를 돌아보자. 민주당은 연구개발 효율성 유지와 기존 축적했던 연구역량 분산 방지를 위해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으로 두자고 요구해왔다. 항우연은 중복과 옥상옥 방지, 기존 연구기관의 형해화 방지 차원에서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으로 온전하게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앞장서서 지원해오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기존 연구기관의 직속화는 우주항공청 출범이후 논의할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해왔다. 국책연구기관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으로서 관련 연구를 맡으면서 국가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현행 체제에서 항우연과 천문연에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과기부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NST 소속으로 둔 채 일부 인프라는 우주항공청에 편입시키고 연구기관을 개별 임무센터로 지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난 23일 국민의힘 이달곤, 최형두, 강민국 의원과 무소속 하영제 의원 등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항공청법을 함께 통과시키고 대전 연구개발 특화지구, 전남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 위성 특화지구로 이루어진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를 우주항공청 설치로 완성하자"며 민주당에 협조를 촉구했다.   

여야 모두 그럴싸한 외피를 두르고는 있지만 속내는 읽혀진다. 민주당은 조승래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면서 그곳에 있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계속 지원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경남 사천이나 굳이 사천이 아니더라도 기반이 갖춰진 곳을 우주항공청의 메카로 삼고 대전은 연구개발 특구로, 전남은 발사체 특구로 분산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정부는 이미 항공우주청 입지를 경남 사천으로 정했고 사천에 항공우주 생산시스템과 생태계가 다 있는데 왜 자꾸만 일부 정치인들과 항우연 및 항우연의 귀족노조가 나서서 우주항공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반 노조원과 귀족노조는 입장이 다르긴 하다"며 "정부는 향후 우주 산업을 전남 고흥은 물론이고 경북 구미 등 여러 곳으로 확장을 시킬 것으로 안다. 그렇게 갈 것 같은데 이럴 때 발목을 잡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의 조언처럼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우주항공청을 출범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