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0.30 14:40

지자체 주거래 약정 등 조건부 후원 제외
시중은행 신·기보 특별출연기금 포함 논란

이인균(왼쪽) 은행연합회 디지털·ESG·IT 본부장은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행연합회)
이인균(왼쪽) 은행연합회 디지털·ESG·IT 본부장은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행연합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2022년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보고서가 3개월 늦게 발표됐다. 평소 매년 7~8월에 발간됐지만 올해의 경우 보고서 관련 조건이 변경되면서 예정보다 늦어졌다.

30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1조238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1763억원 증가한 것으로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비용은 4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실적기준 평가방식이 일부 변경된 것이다.

기존 6대 활동분야를 총 24개 세부항목으로 분류해 각 항목에 대한 지원 및 활동 금액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또 각 항목별로 표준화된 집계 기준을 마련하고 영리활동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는 활동은 실적 집계에서 제외했다.

예로 지자체 또는 대학의 금고 주거래 약정 등 조건부 후원 활동과 프로스포츠 관련 활동은 제외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사회공헌활동 순위도 뒤바뀌었다. 

하나은행은 전년대비 51% 증가한 2057억8400만원을, 국민은행은 2034억5600만원(26%), 신한은행 2025억100만원(40%), 우리은행 1950억4800만원(44%)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이 큰 폭으로 사회공헌비가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신·기보에 특별출연 형식으로 출자한 금액이 이번 실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기보에 특별출연하는 비용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 또는 서민 지원인 경우가 많아 이를 사회공헌활동으로 인정한 것이다.

4대 은행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비용 현황.
4대 은행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비용 현황.

농협은행의 경우 지자체의 후원금이 빠지면서 사회공헌활동 비용이 줄었다. 농협은행의 2022년 사회공헌활동 비용은 1086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 시금고 946개 중 552개를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로 따지면 58.4%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시금고 또는 대학, 병원 재유치 때 발전기금 형식으로 기부하는데 해당 비용을 제외하자 전체적인 사회공헌비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인균 은행연합회 이인균 본부장은 "대가성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활동과 프로스포츠 관련 활동은 이번 사회공헌 실적에서 제외했다"며 "대신 은행들은 6대 활동 영역에서 제외한 프로스포츠 팀·구단 운영 지원, 특수은행의 농·어민 지원을 위한 사업비 등은 개별 판단에 따라 추가활동으로 관련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이번 사회공헌 실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기보 특별출연의 경우 어려운 기업과 서민을 지원하는 성격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고 고객을 확보하는 영업활동에도 연계될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별출연으로 은행이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고객 확보 차원에서 특별기금을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특별기금으로 유치한 고객은 중기 대출 실적에 포함돼 사회공헌활동으로 말하기 애매한 부문이 있다"고 말했다.

자지체 발전기금 역시 논란거리다. 일부 유치 경쟁이 치열한 지자체의 경우 금고 계약 만기 때마다 후원금 상향 조정과 함께 예적금 금리 인상 등 요구하는 부문이 많다.

그러나 지역민이 적은 지자체는 매번 금고 재계약 때마다 입찰이 미달돼 오히려 금고를 맡아 줄 은행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농협은행이 떠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역 발전을 위해 선의로 후원하는 것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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