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03 15:38
애벌레가 발견된 하림의 생닭 제품.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애벌레가 발견된 하림의 생닭 제품.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하림의 생닭 ‘애벌레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해명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과거 농심의 흑역사인 ‘쥐머리깡’ 사태와 같이 불매운동으로 번질 경우, 국내 닭고기 시장에 큰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일 어린이 간편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선보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생닭 애벌레 사건에 대해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27일 이마트 동탄점에서 생닭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애벌레 수십 마리를 발견했다는 신고로 불거졌다. 신고를 접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림 생산공장이 있는 전북 정읍시에 조사를 요청했으며, 현장 조사에서 해당 이물질이 외미거저리 애벌레로 확인됐다.

하림은 관련법상 경고 조처를 받는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식품에 곤충 등 이물질이 발견되면 1차 위반은 경고, 2차 위반은 품목 제조정지 처분을 받는다.

지난 1일 김홍국 하림 회장이 새롭게 선보인 어린이식 '푸디버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지난 1일 김홍국 하림 회장이 새롭게 선보인 어린이식 '푸디버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외미거저리는 양계농가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분류된다. 특히 2019년 한국응용곤충학회지에 게재된 ‘육계농장에서 외미거저리 발생양상 보고’에 따르면 “닭이 이 해충의 성충이나 미성숙충을 섭식하면 사료 전환율과 체중 증가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작업자들에게 민감한 알레르기를 유발하여 사람의 건강에도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에 비춰보면 김 회장의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해명은 학계의 이해와 다른 부분이다. 김 회장은 생닭 애벌레 사고에 대해 “친환경 농장은 소독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인체에 전혀 해가 없고, 앞으로 위생관리 등을 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욱이 식약처도 “해당 이물질이 식용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김 회장과 의견을 달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등에서는 김 회장의 해명에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하림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의견부터 당분간 닭고기를 먹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까지 국내 계육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조짐이다.

농심 '새우깡' 시리즈. (사진제공=농심)
농심 '새우깡' 시리즈. (사진제공=농심)

한편에서는 경우에 따라 지난 2008년 농심에게 치명타를 준 ‘쥐머리깡’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충청북도 청원의 한 상점에서 판매된 ‘새우깡’에서 생쥐의 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되자, 주요 외신을 통해 전파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행정당국은 농심의 중국 청도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제조공정에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물질 혼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농심은 주력 제품 새우깡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고,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의 국내 스낵 시장 점유율은 34.1%로 전년 37.0%와 비교해 2.9% 줄어들었다. 반면 경쟁사인 오리온은 같은 기간 25.6%에서 27.4%, 롯데제과는 10.9%에서 12.2%로 각각 증가해 반사이익이 두드러졌다. 농심은 2008년 새우깡 가격 인상까지 단행했지만, 스낵 매출은 전년(2154억원) 대비 5.3% 줄어든 2040억원에 그쳤다.

식품기업들의 위생사고가 대형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는 최근에도 목격된다. 지난달 중국 칭다오맥주 공장에서 맥주 원료에 소변을 누는 동영상이 일파만파 확산, 칭다오맥주는 주가 폭락으로 인해 한때 시총 1조원 이상이 증발하기도 했다. 하림은 지난 2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크게 증가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번 애벌레 사건 영향에 현재까지 주가 상승이 미미한 형편이다.

하림의 애벌레 파문이 확대된다면 경쟁사들이 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축산물위생정보 도축실적(육가공품제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의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은 20.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올품(8.8%), 마니커(7.4%), 동우(8.5%), 참프레(8.2%), 체리부로(8.1%) 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품 위생사고의 대명사이자 오판이었던 ‘우지파동’과 같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로 인한 업체 간 서열이 바뀌는 일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닭고기 시장은 축산계열화사업이라는 특수 구조가 작용하지만, 만약 하림 제품의 외면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유통채널마다 대체제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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