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08 14:15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최근 주류업계가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식당마다 소주‧맥주 가격을 1000원 정도 올릴 조짐이다. 올해 초만 해도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 6000원이 ‘웬 말이냐’ 싶었지만, 이제는 7000원짜리 소주를 주문해야 할지 모른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입버릇이었던 ‘가볍게 한 잔’이라는 말이 쏙 들어갈 지경이다.

식당들은 소주 가격 인상을 두고 나름 불가피한 선택이라 항변한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과 같이 박리다매가 안 되는 구조라,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 도매가의 인상폭이 크다며 이유를 댄다.

다만 외식업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불문율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보통 채솟값이나 고깃값이 오르더라도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에 메뉴 가격 인상은 꺼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주류는 상대적으로 저항선이 덜하다. 즉, 메뉴 가격을 올리지 못해 발생한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는 등, 반감이 덜한 주류 가격에 원가 부담을 전가한다고 볼 수 있다.

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출고가 인상이 식당 도매가 인상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도매상별 중간 마진이나 지역별 운반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망정, 맥주 한 짝(20병)에 3000원 안팎의 인상이 예상된다. 소주도 아무리 비싸게 잡아도 한 병 도매가가 2000원을 넘어서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는 소주 한 병에 7000원을 매기면 5000원 이상을 남기는 수준이다. 아무리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이윤은 ‘과유불급’이 아닐까 싶다. 식당마다 전략적 방향이 있어 주류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지만, 다수가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어쩌면 변형된 ‘짬짜미’일 수도 있다.

최근 선술집 ‘잔술’이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물가로 인해 소주 한잔마저 부담스러운 이들을 겨냥한 일부 식당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국내에서 잔술은 1960년대 막노동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로 이어졌다.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던 이들이 한 잔씩 파는 소주를 두어 잔 주문해 마신 것이다. 한 병을 다 마시기엔 돈이 부족하기에, 두어 잔의 소주로 자신을 위로하던 추억의 풍경이다.

결론적으로 식당가들은 지금 시점에 고민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서민경제를 위해 주류 가격을 동결해야 한다는 거창한 명분은 집어치워도 좋다. 손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질적 문제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주류 가격이 과도하다는 것을 대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이윤을 높인다 한들, 찾아오는 손님이 갈수록 줄어든다면 황금오리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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