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08 23:59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중순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다.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중순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다.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맥주시장의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달은 롯데칠성음료가 2020년 이후 3년 만에 맥주 신제품 ‘크러시(KRUSH)’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8일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이달 중순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신제품은 페일 라거 맥주다. 페일 라거 맥주란 홉의 쓴 맛과 향, 맥아의 단맛을 줄인 대중적 맥주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국내외 맥주 대부분이 페일 라거 계열에 속한다.

제품 종류는 500㎖ 병과 20ℓ 용량의 생맥주 통 두 가지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주점과 음식점 등 유흥시장용 제품을 우선 선보인 뒤, 가정용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제품명 크러시는 ‘반하다’, ‘부수다’라는 뜻의 영단어 크러시(Crush)에서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알파벳 ‘K’를 더해 만들어졌다. 낡은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한다는 뜻을 내포한다며, 신제품 흥행에 대한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크러시의 차별화 포인트는 맛과 디자인이다. 몰트 100% 맥주로, 분리 추출한 유럽 홉을 사용해 홉 버스팅 기법을 적용했다. 홉 버스팅 기법이란 일반적인 맥주 양조보다 홉(HOP)의 투입 시점을 늦춰 홉에 의한 아로마가 가볍다. 이를 통해 청량감과 시원함을 한껏 높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맥주병의 하단부와 상단부 사이를 별다른 굴곡 없이 ‘숄더리스(shoulder-less)’ 형태로 제작했다. 빙산에서 착안한 울퉁불퉁한 디자인과 투명병 사용 등 시각적인 요소를 높여 청량감을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주 제품 ‘새로’가 흥행한 것처럼, 크러시가 두 번째 ‘잭폿’을 터뜨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무설탕 소주를 표방한 새로는 지난 4월 누적판매 1억병을 돌파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새로의 흥행 덕분에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처음처럼’을 포함, 올해 3분기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21%까지 확대했다. 이는 전년 동기 15%와 비교해 1년 만에 8%포인트가 늘어난 결과다. 소주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던 하이트진로에게 적수가 등장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맥주 제품 시리즈.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맥주 제품 시리즈.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하지만 맥주 사업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에 이어 국내 3위 제조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3분기 회사의 맥주사업 매출은 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했다.

맥주 시장의 최대 성수기가 3분기인 점을 고려하면 대표 제품인 클라우드의 판매 부진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3%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맥주가 출시 10년이 다 돼가지만, 반전을 이루지 못한 주된 이유는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영업망이 약하다는 점, 제품의 차별화 요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며 “맥주 비수기인 4분기에 신제품을 출시를 단행한 것은 경쟁사들의 마케팅 투입이 시들해지는 시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수도권에 집중된 영업망을 지방까지 확대하는 등 클라우드의 실패요인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출시 초기부터 강력한 승부수를 띄워본다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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