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09 18:19

"대법원,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단 한 차례도 인정한 적 없어"
"엄청난 후폭풍 야기…'파업으로 문제 해결' 관행 고착화 우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에서 열린 '청년 고용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년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9층에서 열린 '청년 고용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년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 처리로 의결됐다.

이 장관은 관련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그간 수없이 개정안의 법리적 문제와 현장에 미칠 악영향, 소수 강성노조를 위한 특혜 등 여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불법행위는 그 책임을 면제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중·단기적 혼란과 시행착오만 감수하면 장기적으로는 정상적 노사 관계가 자리잡아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데, 이 무슨 근거없는 무책임한 말인가"라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돼 촌각을 다투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떻게 시행착오와 혼란을 감수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사이 노사 관계는 갈등과 파탄에 이르게 되고,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억울한 불법자'만 양산하고 국민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원청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이미 확립된 판례의 법리를 입법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릇된 주장으로 진실을 호도하는데 대법원이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도 헌법상 노동3권의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해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우리 노동조합법은 제1조에서 그 목적이 헌법에 의한 노동3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해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오늘 통과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목적과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를 통해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았던 사안에 대해서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며 "파업과 실력행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십, 수백명의 불법행위자 중에 어떤 사람이 얼마의 손해액을 발생시켰는지 일일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게 된다"며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법의 기본원칙(부진정연대책임)을 노동조합에게만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줘 법을 준수하면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대다수 노사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한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노조법 개정은 엄청난 후폭풍만을 불러 온다"며 "노동조합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법리상 문제, 현장 노사관계의 부정적 영향 등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오히려 전체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한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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