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1.11 19:36
현대자동차 7세대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7세대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국내 승용차 시장의 트렌드가 세단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완연히 넘어갔지만, 올해 베스트셀링카 1위는 세단 모델인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차지할 전망이다.

11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누적 판매 1위 승용차 모델은 ‘그랜저’로 나타났다. 그랜저는 9만6672대를 판매했으며, 그 뒤로 ‘포터’ 8만2367대, ‘쏘렌토’ 6만8379대)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그랜저는 경쟁모델보다 1만대 이상을 앞서면서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랜저는 매달 1만대 안팎의 판매가 꾸준히 이뤄져 이달 누적판매량 1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이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10만대 돌파다.

10만대 돌파는 베스트셀링카의 정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완성차 업계를 괴롭힌 ‘출고적체’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간접 입증해준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랜저의 인기 비결을 두고 중대형 세단 모델 중 상대적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세대 ‘각 그랜저’를 재해석한 7세대 모델의 외관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하반기 진행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할인 프로모션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로 인한 빠른 출고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그랜저의 선전은 세단 모델 점유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신차 판매에서 SUV 점유율은 2020년 52.3%를 기록해 처음으로 세단을 앞질렀다. 2021년에는 56.2%, 지난해 60.5%로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도 SUV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지만, 그랜저의 인기에 힘입어 세단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그랜저의 베스트셀링카 1위는 세단 모델의 방향성 측면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기아 준중형 세단 ‘K3’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단종설이 불거졌지만, 기아는 지난 8월 멕시코 법인을 통해 세단 모델 ‘리오’를 대체할 후속 모델로 K3를 공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풀체인지 모델 ‘K4’로 변경돼 출시할 것이란 소문이 일고 있다.

기아가 새롭게 선보인 '더 뉴 K5'. (사진제공=기아)
기아가 새롭게 선보인 '더 뉴 K5'. (사진제공=기아)

국내 대표 중형세단인 현대차 ‘쏘나타’는 올해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세워 10월까지 2만9581대를 판매하는 등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최근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이뤄진 기아 중형세단 ‘K5’도 같은 기간 2만7233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단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SUV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며 “안정감과 정숙함이 더해진 승차감은 SUV가 따라오기 힘든 측면이 있고, 공차중량에서 오는 연비 효율성도 장점으로 작용해 완성차 제조사들도 세단 시장의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3만4294대를 판매하며 4년 만에 반등을 이뤄낸 경차 판매량은 올해 다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만 해도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로 인해 경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10월까지 10만2485대를 판매하며 작년 13만대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2021년 9만8781대로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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