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1.15 17:00

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15일 착공
연 32만톤 규모 폐플라스틱 재활용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 기술을 보유한 울산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습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국내 화학기업들이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증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재생', '부흥(부활)'의 뜻을 담은 르네상스를 플라스틱에 결부시켰다.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고, 다시 쓰임새를 찾아 화학산업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진행된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기자간담회에는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을 비롯해 글로벌 파트너사인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PE) 부사장 등 각 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울산ARC 의미와 목표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나 사장은 지난 2020년 SK지오센트릭의 납사분해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 중지했던 일에 대해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변화를 기업문화에 적용하기 위해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지구중심적 의미)으로 변경했고 회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플라스틱 재활용, 고기능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기존 대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SK지오센트릭이 밝힌 울산ARC의 경쟁력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울산ARC가 가동되면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약 9%가 처리 가능한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해 국내 환경문제 해결에 먼저 기여하고, 추후 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성장 전망도 부각됐다. 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고, 생산할 물량의 30%가 선판매 협의 단계"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는 시장인 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루프의 해중합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이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루프의 해중합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글로벌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사의 기술력 그리고 울산ARC와 함께할 미래 성장 계획 등에 관해 설명했다.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은 "SK지오센트릭 그리고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와 프랑스 생 타볼 지역에 부지 선정을 완료한 상태"라며 "100%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플라스틱 수준의 재활용 페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오는 2027년 시운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루프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한다.

더스틴 올슨 PCT 사장은 "PCT는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잔여물(오염물질·색·냄새 등)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별이 불가할 정도로 동등한 품질의 초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잉 스테이튼 PE 부사장은 "현재 매립·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SK지오센트릭과 당진 제2열분해 공장 건설 등 추가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CEO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PE) 부사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CEO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PE) 부사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울산ARC의 완공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나 사장은 "3개 공장이 완공돼 상업 가동되는 시점과 선판매되는 가격이 지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매출은 7000억원을 상위하고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기존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가격과 마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완공 전 생산 물량의 70%를 판매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한 질문에는 "가동 전에 100%를 팔 수 있지만, 첫 공장인 데다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70%를 선판매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올해 처음 시작해 현재 30% 진행된 상태이며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플라스틱 선별률을 높이기 위한 회사 차원의 전략에 대해선 "깨끗한 폐플라스틱 외에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모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폐플라스틱 사업이 중소기업 위주라 이들과 협업·제휴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석유사업법 상으론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정제공장의 원료로 투입할 수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 사장은 "정부와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이며 말씀 주신 부분은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이기에 순환경제로 가면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재활용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량이 지나치게 높아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나 사장은 "LCA(전 과정 평가)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를 계산해 봐야 한다"며 "기존과 달리 우린 소각하지 않고 재사용하기 때문에 LCA 측면에서는 재활용 제품들의 탄소 발생량이 현저히 적다"고 반론했다.

아울러 "재활용 플라스틱 공정의 탄소 배출량이 기존(석유) 공정 대비 70~8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며 추후 공장 가동 시 검증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CEO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PE) 부사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CEO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PE) 부사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마지막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할 때 많은 절차로 인해 더 큰 비용이 지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환경부담금으로 전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나 사장은 비용 지출과 관련해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료비의 경우 폐기물 시장에서 오히려 돈을 내고 버리는 피드들을 구하기에 기존 버진 납사·석유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고, 운영비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만큼 열에너지를 적게 쓰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시설투자(캐팩스)는 새로운 기술이기에 50년, 100년 된 기존 기술의 설비보다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지만 재료비와 운영비 측면에서 상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담금 우려에 대해선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 오너들이 내게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코카콜라·펩시·로레알 등 여러 브랜드가 오는 2025년, 2030년에 100% 재활용 물질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해 재활용 플라스틱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원가 상승이 브랜드 측에 얼마나 비용 가중을 시킬지 생각해 보면 괜찮을 거 같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솔로미타 루프 사장은 "유럽은 2025년까지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물질을 쓰지 않는다면 세금을 더 부과한다"며 "이는 플라스틱만이 아닌 섬유·의류 등에도 확대될 예정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브랜드 오너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슨 PCT 사장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상용화하는 과정 안에서 캐펙스가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선 대표들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스테이튼 PE 부사장도 "플라스틱 협약 같은 경우, 현재 여러 국가가 동참해 국내법을 제정하고 있다"며 "캐펙스도 SK그룹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을 활용해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