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1.17 14:48

재계 "집행유예 기대…국내 1위 그룹의 경영공백 피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검찰이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이 회장에 대한 구형이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 회장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 구형된다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17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 이재용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그가 이 사건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및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 6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또 이왕익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각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을 구형했으며,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징역 4년, 김용관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삼정회계법인에 벌금 5000만원과 소속 임원 2명에게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으로,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했다"며 "피고인들은 합병 성사가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국익을 해친 것은 피고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회계 투명성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이 됐는데, 결국 1등 기업인 삼성이 국가경쟁력을 무너뜨린 상황이 됐다"며 "피고인들은 어렵게 쌓아온 자본 시장과 회계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비용도 국민들이 부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삼성은 공짜 경영권 승계 시도를 했고 결국 이 일을 성공시켰다"며 "재판부에서 치우짐 없이 사건의 실체를 살펴봐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17일 오후 재판에서 이 회장은 재판부를 마지막으로 설득할 수 있는 최후진술을 진행하게 된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재판 내용을 토대로 선고할 계획인데, 수사 기록이 19만쪽에 달하는 만큼 내년 초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에 그룹 지배력 강화 및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합병 이후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방식 변경에 따른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도 역시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 주식 3주와 제일모직 주식 1주를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춰 합병 비율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주도로 주요 투자 정보 은폐, 거짓 정보 유포,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찬성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등 각종 부정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재판 결과는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1~2년을 감경해 선고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검찰의 구형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이보다 낮은 구형을 기대했는데 다소 과도한 것 같다"며 "3년 이하의 징역이 구형된다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정농단 때처럼 바로 구속될 수도 있다. 재판부의 판단에 절대적으로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악의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하고 있는 데, 사법 리스크까지 덧씌우는 것은 결코 안될 일"이라며 "또다시 삼성을 경영 공백 사태로 만든다면 경영계 전체는 물론, 우리 경제가 경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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