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1.17 19:45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두 회사 모두 도움될 것으로 판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이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는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13명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2014년 제가 40대 중반이던 시절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진 후 많은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장실질 심사를 받았고 1년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또 106차례 공판을 거쳐 1심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자리에서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처리를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때로는 어쩌다 이렇게 엉클어졌을까 자책하고 답답했다.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높고 엄격한 데,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엄격한 잣대로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상상한 적이 없다.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합병은 두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던가, 속인다거나,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삼성에 몸담아온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다. 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었다"며 "기업가로서 회사 이익을 창출하면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층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회사를 더 큰 글로벌 회사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두 분 회장이 경영할 때랑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다르다. 초일류 기업과 협업하면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재무구조를 선진화하고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새로운 사명이 주어져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온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이보다 앞서 진행된 변호인들의 진술에서는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합병의 정당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을 시작한 지 3년 2개월이 흘렀고 106회 공판을 진행했지만, 오늘 보면 시간을 되돌려 2020년 9월로 돌아간 것 같다"며 "검찰은 재판이 진행되며 그동안 밝혀진 사항은 말하지 않고 기소 당시 검찰 수사 기록에 기초해 말하고 있다. 첫날 재판과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변호인은 "검사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진행됐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부정 수단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양사의 합병은 사업적 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한 합병이다. 삼성물산은 유가하락, 어닝쇼크에 따라 주가 하락 추세였고 제일모직과 합병을 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 시장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양사의 합병으로 취약한 삼성물산의 경영권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삼성물산 주주들의 장기적 기업가치가 증가하고 중장기 투자 메리트가 부각될 것으로 봤다"며 "골드만삭스도 제일모직과 합병이 삼성물간 주주에게 이득이 된다고 봤다. 삼성 내부 문건에서도 이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변호인은  "양사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제일모직은 바이오 사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당시 합병을 추진하던 TF팀은 세무, 법률, 재무 등 여러 측면의 실사를 진행한 후 삼성물산에게 이 합병이 이익이 된다 판단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건설 사업은 2010년 사양산업이 됐다. 2012년부터 주가 하락이 일어났고 2014년 말 삼성물산은 공사대금을 2조원 가까이 못 받았다. 합병 이후 3조원의 부실이 현실화됐는데, 삼성물산이 혼자 감당했다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되짚었다. 

이 회장 변호인은 또 "삼성물산 주가 전망이 안 좋았고 많은 주주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순매도했다. 유일하게 트러스트자산운용만 다른 곳과 달리 순매수를 했다. 그런데 순매도를 한 기관투자자들은 한 명도 조사를 안 하고 매수 행태를 보인 트러스트자산운용만 조사를 했다. 합병 과정에서 찬성을 한 자산운용사 등 49곳에게는 수사과정에서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며 검찰의 편향된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검사의 수사기록은 한쪽 만을 바라보는 수사였다. 또 검사는 증인이 사전면담을 통해 조작됐다고 밝혔지만, 사전면담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며 "검사가 오염된 증인인 것처럼 얘기해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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