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1.26 11:00
‘속을 채운 닭 날개 튀김'을 맛보기 위해 직접 교촌의 허니소스를 붓으로 바르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속을 채운 닭 날개 튀김'을 맛보기 위해 직접 교촌의 허니소스를 붓으로 바르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재료를 아끼지 마세요.”

교촌필방의 ‘치마카세’ 리뉴얼을 진두지휘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당부한 말이다. 최근 가성비를 내세운 2만~3만원대의 보급형 오마카세가 대세지만, 교촌은 5만9000원에서 7만원으로 가격을 올리며 질을 끌어올렸다. ‘확실한 한 끼’를 제공하면서 교촌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지난 6월 이태원에 위치한 교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치마카세는 스시와 한우가 주재료인 오마카세 시장에서 닭을 이용한 이색적인 요리로 인기를 끌었다. 초반 고객들의 발걸음이 쇄도했지만, 맛과 서비스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자 3개월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다시 문을 열었다.

재료를 아끼지 말라는 권 회장의 주문에 따라 재료의 품질과 맛, 구성을 강화해 교촌의 정체성을 완성도 있게 표현했다. 기존 치마카세가 일본식 오마카세에 초점을 뒀다면, 새롭게 선보인 치마카세는 토종닭과 특수부위를 사용해 전통성 있는 닭고기 요리에 집중했다.

교촌필방 내부에 벽장을 밀면 나오는 히든 플레이스에서 치마카세가 제공된다. (사진=김다혜 기자)
교촌필방 내부에 벽장을 밀면 나오는 히든 플레이스에서 치마카세가 제공된다. (사진=김다혜 기자)

교촌필방 내부는 식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전반을 세심히 구성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검은색을 식당 전체적인 색상으로 배치했으며, 공간별로 계산된 듯한 조도의 조명은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벽면과 내부 곳곳에 돌을 배치해 변하지 않는 교촌의 마음을 형상화했다. 

벽장을 살며시 밀면, 숨겨진 식사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김영균 총괄셰프가 제공하는 치마카세는 토종닭과 육계 특수 부위를 활용한 8가지 코스요리와 에피타이저와 디저트를 포함한 10가지 요리가 1시간 30분 동안 차례로 등장한다.

식사는 얇게 저민 토종닭의 가슴살과 삼색 채소를 저온 조리한 계선을 비롯해 닭편육, 근위초무침으로 구성된 ‘맞이 3종’으로 시작됐다. 저온조리로 부드러운 식감의 상큼한 닭요리로 입맛이 살아났다.

이어 전채요리 ‘새싹 삼 냉채와 닭가슴살’이 나왔다. 청귤소스에 저온 조리로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운 닭가슴살을 버무려 냈다.

토종닭을 프랑스 요리기법인 콩피로 조리한 '토종닭 콩피와 목살 숯불구이' (사진=김다혜 기자) 
토종닭을 프랑스 요리기법인 콩피로 조리한 '토종닭 콩피와 목살 숯불구이' (사진=김다혜 기자) 

코스 요리로 제공된 ‘토종닭 콩피와 목살 숯불구이’는 일반 닭보다 다리가 긴 토종닭을 사용해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콩피는 기름에 식재료를 끓여 내는 프랑스 요리기법이다. 허브 오일에서 2시간 동안 끓여진 토종닭 요리는 짧은 시간 기름에 튀겨진 일반 치킨보다 튀김 옷이 얇아 거칠지 않은 바삭함을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교촌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속을 채운 닭 날개 튀김’이 나왔다. 교촌필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메뉴다. 버섯과 새우살로 채워진 날개 부위 치킨이 '종이'라면, 벼루를 연상시키는 검은 소스 통에 담긴 허니소스는 '먹물'이다. 허니소스를 붓으로 발라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교촌은 섬세함과 정성이 필요한 붓질을 조리 과정에 녹여냈다.

닭가슴 연골을 패티로 활용한 '치킨버거(왼쪽)', 매콤한 '특수 닭 불고기'와 함께 제공된 막걸리 식초 (사진=김다혜 기자)
닭가슴 연골을 패티로 활용한 '치킨버거(왼쪽)', 매콤한 '특수 닭 불고기'와 함께 제공된 막걸리 식초 (사진=김다혜 기자)

매콤한 특제 소스를 입힌 ‘특수부위 닭 불고기’도 제공됐다. 토종닭의 넓적다리와 안창살, 등살 등을 납작하게 펴 숯불에 구워낸 요리다. 빨갛고 납작한 형태여서 마치 김치전을 떠올리게 했다. 전 요리에 빠질 수 없는 막걸리는 떠먹는 형태의 막걸리 식초로 제공, 맛과 재미를 충족시켰다.

이어진 코스 요리는 ‘치킨버거’다. 닭가슴 연골을 패티에 사용해 오독오독한 식감을 살렸다. 마무리로는 든든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영양 솥밥 반상’이 나왔다. 닭 육수로 지어낸 영양 솥밥에는 각종 뿌리채소와 버섯, 숯불에 구워 은은한 숯불 향이 더해진 토종닭 넓적다리가 들어간다.

마무리로 제공되는 '영양 솥밥 반상(왼쪽)'과 디저트 크린브륄레와 국화차. (사진=김다혜 기자)
마무리로 제공되는 '영양 솥밥 반상(왼쪽)'과 디저트 크린브륄레와 국화차. (사진=김다혜 기자)

디저트는 즉석에서 토치로 설탕을 녹여낸 크림브륄레와 국화차가 제공된다. 크림브륄레에 제공되는 바닐라빈 시럽까지 풀바닐라빈을 사용해 교촌필방에서 직접 만든다.

교촌 관계자는 “교촌팔방은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교촌의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가격을 소폭 인상했지만,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두 번 진행하는 코스 예약률이 70~8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촌필방 치마카세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일간 운영된다. 저녁 코스는 오후 5시 30분과 8시에 두 차례다. 예약은 캐치테이블로 가능하며, 수용 가능 인원은 6명이다.

교촌필방의 김영균 헤드셰프가 '치마카세' 요리를 플레이팅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교촌필방의 김영균 헤드셰프가 '치마카세' 요리를 플레이팅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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