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04 18:32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의 CU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29일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상생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의 CU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29일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상생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편의점 매장 수 1위인 CU가 가맹점주들의 집단 반발 사태에 매장 수 확대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연말이 되면 편의점 본사마다 가맹점포 재계약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이번 사태가 업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제품 떠넘기기’ 중단을 요구했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8년부터 가맹점주들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상생 신상제도’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지원을 없애고 신상품 발주량과 반품, 폐기량에 따라 폐기 비용을 차등 지원하는 내용으로 관련 제도를 개편했다.

협의회는 전기요금 지원이 사라지면서 본사 지원금이 예전보다 못한 수준이기에, 지원제도를 예전대로 원상복구하거나, 지원금 상향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본사의 지원책인 신상품 발주 지원금은 월 최대 15만원, 상품 폐기지원금은 월 최대 50만원이다.

다만 협의회는 해당 지원금을 최대치로 받기 위해선 신상품 발주율을 80%까지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BGF리테일은 상생 신상품을 월간 평균 156개, 월간 최고 239개를 지정해 이 중 80% 이상 발주를 유도하고 있다"며 "특히 조건에 인기 없는 신상품까지 발주해야해 이는 다시 신상품 반품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BGF리테일은 기존 신상품 발주 지원금의 최대치인 80%를 7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회는 본사의 조정 방안을 두고 신상품 발주 비율 최대치인 70%는 기대치에 부족한 수준이며, 전체 신상품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비용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면서 본사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가맹계약과 별도로 단순 비용 지원 방식이 아닌 가맹점의 실질적 수익성 향상을 돕는 상생안을 운영한 결과, 관련 상품 매출이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내년 상생안이 확정되면 개별 가맹점에 충분한 안내 및 동의를 얻어 진행할 계획”이라고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저하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CU의 신개념 편의점 '케이행성 1호점' 전경. (사진제공=BGF리테일)
CU의 신개념 편의점 '케이행성 1호점' 전경. (사진제공=BGF리테일)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BGF리테일의 가맹점 재계약과 신규 점포 모객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 가맹점들은 통상 5년의 기한을 두고 재계약을 진행한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8년 기준 666개의 신규 가맹점을 유치해 올해 이들을 대상으로 재계약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BGF리테일의 CU 가맹점 수는 1만6615개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이 1만6337개로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미니스톱을 인수하고 덩치를 불린 세븐일레븐은 같은 기간 점포 수 1만2553개로 집계된다.

자칫 이번 사태로 가맹점 이탈이 커지게 되면 BGF리테일은 업계 1위를 내줄 수 있고, 경쟁 업체들은 CU의 ‘알짜 매장’을 가져올 수 있다. 편의점 후발 사업자들은 근접 출점 제한의 자율규약으로 신규 출점에 제한이 걸려 있어 이탈 조짐이 보이는 CU 가맹점주들의 ‘간판 갈이’를 노릴 수 있다. 후발주자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공략이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편의점 본사마다 재계약 유치와 신규 가맹점주 모객을 위해 상생지원금을 전면에 걸고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번 BGF리테일의 행보는 가맹점 재계약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 이탈 가능성을 도외시하면서 수익성만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BGF리테일의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0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001억원과 비교할 때 0.9% 증가에 그쳤다. 최근 3개년 영업이익은 2020년 1622억원, 2021년 1994억원, 지난해 2524억원으로 집계된다. 올해 증권가 추산치는 2600억원대를 가까스로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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