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07 17:32

중앙위, 당헌 개정안 가결…권리당원 표 가치 3배 이상 높여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7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이 행사하는 표의 반영 비율을 높이고, 총선 공천을 위한 경선 시 성적이 하위권에 머문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이익을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찬성 67.55%, 반대 32.45%로 가결했다. 개정안 표결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했다.

민주당 중앙위원은 국회의원 및 원외 지역위원장, 기초자치단체장, 상임고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중앙위원 605명 가운데 490명이 이날 중앙위에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 찬성 331명, 반대 159명으로 과반 이상 찬성으로 당헌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내년 총선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로 평가된 현역 의원의 경우 경선 득표에서 감산하는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하위10%로 평가된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할 확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 반영 비율을 축소하고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현행보다 3배 이상 높였다. 현재 권리당원 60~7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하는데, 이를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상 친이재명계의 평소 주장대로 당헌이 개정된 것이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은 거의 대부분 민주당 권리당원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대의원들과 권리당원 간의 표의 등가성을 거론하면서 대의원들의 표의 파괴력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면 친이재명계가 득세하고 비이재명계(혁신계)는 공천을 받기가 극히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에 더해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평가하는 '당 기여도' 측면에서는 친이재명계의 정점인 이재명 대표를 꾸준히 비판해 온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대부분 하위권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번에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비이재명계에게는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동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와 27일 당무위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중앙위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비록 당헌 개정은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지만 이 같은 이유에서 비이재명계(혁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당헌 개정으로 당내 선거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키운 것은 당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가 혁신계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고 차기 지도부까지 독식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중앙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당은 당원이 주인이다. 표의 등가성을 보장해나가는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하게 됐다"며 "당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시스템, 정당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피력했다.

현역의원 평가에 대해선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공천 시스템에 약간 변화를 줘서 혁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의 이원욱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직접민주주의가 정치 권력과 결합할 때, 포퓰리즘과 정치 권력이 일치화할 때 독재권력이 된다는 것을 최근에도 봤다"며 "나치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태극기 부대와의 결합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총선에 패배했는데 우리가 가려는 꼴은 바로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또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국민 눈높이'라는 게, 그 국민이 과연 누구인지 굉장히 의심스럽다"며 "중앙위는 왜 투표만 하는가. 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꼼수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원칙과상식' 소속의 윤영찬 의원은 "우리 당 분위기는 대의제는 악이고 직접민주제와 1인 1표제가 선인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직접 민주주의를 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비이재명계의 일원인 박용진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문제에 대해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약속한 시스템 공천의 핵심을 바꿔선 안 된다. 다음 지방선거 때 상황논리에 맞추고 지도부 해석에 맞춰서 시급하게, 선거 몇 달 앞두고 다시 변경시킬지 어떻게 아느냐"며 "당이 편의주의로 가면 당헌은 누더기가 된다"고 성토했다.

역시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김은경 혁신위의 혁신안 1호는 불체포특권 포기였는데 이재명 대표부터 그렇게 했느냐. 왜 그건 관철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헌 개정은 민주당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제도화"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인 양이원영 의원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기득권 지키기"라고 힐난했다. 

한편, 민주당이 이번에 비명계(혁신계) 의원들의 반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헌을 개정함으로써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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