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14 18:35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일본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 브랜드는 지난 2019년 ‘노노재팬’으로 일컬어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부활 이유를 두고 고물가 여파로 인한 소비자들의 ‘가성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일본 브랜드들이 엔저 현상을 앞세워 저가 공세에 나선다면 판매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은 9219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2억원으로 23.1% 늘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8년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3781억원을 기록했으나, 불매운동이 벌어진 2019년에 매출액이 629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일명 ‘무지(MUJI, 노브랜드의 품질 좋은 상품)’ 콘셉트를 내세워 국내 패션 트렌드를 주도한 무인양품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때 불매운동 여파에 한국 철수까지 고려했지만,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부진을 털어냈다. 2022 회계연도 기준으로 무인양품의 매출액은 14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240억원보다 2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흑자전환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인양품 매장 전경. (사진=김다혜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인양품 매장 전경. (사진=김다혜기자)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의 이러한 회복세를 두고 시장에서는 가성비 특징과 환경적 요인이 맞물렸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누그러진 영향도 있지만, 엔저 장기화를 비롯해 고금리와 고물가 등 국내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본산 브랜드 회복에 큰 힘이 됐다”며 “일본산 브랜드마다 판매 증대를 위해 가격을 더 낮춘다면 실적 증대가 두드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는 지난달 기준으로 100엔당 856원까지 내려가는 등 15년 만에 최저치를 찍는 ‘슈퍼엔저’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은 역대급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 시장의 운송비용과 중간마진을 제외하더라도 가격 인하 요인이 더 생겨난 것이다.

일례로 유니클로의 플리스 의류 제품인 ‘플러피얀후리스풀집재킷’은 일본 현지에서 2990엔(약 2만7000원)에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같은 제품이 3만9900원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가격 인하를 두고 회사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저 특수를 등에 업고 최근에는 신규 브랜드 진출까지 이뤄졌다. 지난달 일본 가구업체 ‘니토리’는 ‘가격 이상의 가치’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일본판 이케아’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니토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4개 점포를 추가 오픈하고, 쿠팡을 통한 온라인 판매까지 검토하며 국내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니토리 역시 엔저 특수와 한국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현지에서 니토리의 3단 접이식 매트리스 싱글은 2490엔(약 2만2000원)에 팔리지만, 니토리 이마트 하월곡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3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일본 브랜드의 약진은 생활유통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역시 엔화 약세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국내 누적 판매량 합계는 2만1027대로 나타나 전년 동기 1만5315대보다 37.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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