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2.18 11:02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이한익 기자)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증권사들이 그동안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신탁 관련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하는 등 위법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검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9개 증권사의 관련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 위법사항 및 리스크관리, 내부통제상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대 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다수의 고객자산을 집합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돼 왔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다수의 법인고객들이 가입 중이던 채권형 랩·신탁의 환매를 요청했지만, CP 등 편입자산의 시장 매도가 어려워지며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됐고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장 불신이 확산됐다.

이에 금감원은 총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9개 증권사 모두에서 운용역들이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회의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의 CP를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금감원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워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또한 고객과의 계약으로 정한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 운용한 사례도 적발했으며, 동일 투자자의 랩 계좌 간 위법 자전거래 행위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랩‧신탁 운용 시 편입자산의 만기 불일치 및 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가격 등에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랩‧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 시 원금 및 수익률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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