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1.01 00:00
동해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전기순)
동해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전기순)

2024년 첫날이 밝았다. 갑진년 (甲辰年) 새해는 푸른색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는 청룡의 해이다. 예로부터 용은 위엄 있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풍년과 풍요를 상징하는 청룡의 해를 맞아 1.9% 수준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부터 높여야만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해외 이민자 유입, 투자 확대를 위한 조세 지원 강화,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정책적 보완에 주력할 때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인한 인구 감소 속도부터 늦추고 신성장동력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 보장과 통합을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함께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시기다.

장기화된 고금리 시대를 끝내려면 물가가 2%대로 내려가야 한다. 가급적 2분기, 늦어도 3분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원가 절감과 고통 분담, 정부와 지자체의 효율적 예산 집행, 가계의 합리적 소비와 저축 등이 요구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1%로 1.4% 수준에 머문 작년보다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상승한다면 1%대 후반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소비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물가 자극없이 국내 수요를 살리는 방안을 찾는데 백방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국세 감소로 국가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마당에 돈풀기는 금기나 다름없다. 언제 올지 모를 경제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발전가능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미래가 암울하다면 누가 자녀를 낳아 키울 것이며 이민 올 것인가. 자녀 출산을 위한 인센티브부터 대폭 늘리는 결단이 요망된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첨단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신성장산업도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메워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실천방안도 내놓으면서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수도권 지역 육성을 통한 국토균형 발전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이른바 4대 특구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미진한 분야에 대한 후속조치를 강구하는 작업이 이뤄져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단순반복작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거나 유지하려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장수기업으로 존속해야 한다.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상속을 포기하고 다른 기업에 팔아넘기거나 상속인이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과 자산을 팔아치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망 기업이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사모펀드에 팔려나간다면 투자와 연구개발, 인력 채용은 뒷전으로 밀릴 뿐이다. 

지난해 국회는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 10%가 적용되는 과세구간을 현재 60억원 이하에서 120억원 이하로 높이고 가업승계 증여세 연부연납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와 정부는 수도권 기업이 지방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면 상속세를 대폭 감면해주자. 의무기간 등을 설정한다면 '꼼수 이전'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비수도권에서 중·고교를 다니는 것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입시제도를 손볼 때가 왔다. 지방의대 신입생 모집에서 인근 지역 출신 우대 정책을 더 강화하자. 지역 명문고와 지방 국립대 부활을 비수도권 육성의 출발점으로 삼자. 규제 혁파와 지원 강화로 지방교육을 살려야만 정주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자체마다 생활인구 증가를 도모하는 선의의 경쟁을 보다 치열하게 벌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홀로 살아가는 국민 챙기기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젊은 1인 가구일수록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1인 가구가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고민을 나누면서 위로 받고 삶의 목표도 재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런 정책은 고립운동청년 해소, 고독사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 실행에 못지 않게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 극복이 절실하다. 행정부 우위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이젠 국회의 입법독주에 따른 폐해가 불거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고금리와 고물가, 저임금에 시달라는 형국에서 의원 1명에 투입되는 비용은 너무 높다. 헌법기관이라는 의원의 존재 의미와 생산성에 대한 불만도 날로 커지고 있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회의원의 상당수는 푼돈 챙기는데 급급하고 권력 행사와 차기 당선에만 관심을 갖는 실정 아닌가.

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득권을 깨고 세비와 수당 등을 확 낮추는 등 과감한 정치개혁 공약을 내거는 정당이 지지를 얻어야만 세계 3류로 평가받는 여의도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낮은 보수에도 명예와 긍지로 일하면서 자전거나 소형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서부 유럽 정치인의 모습을 언제까지 부러워할 것인가. 

정치 패러다임을 개선하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내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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