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03 16:33

SK하이닉스 300단대 낸드 발표 빨랐지만…삼성전자 양산 앞설 듯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작업자들.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작업자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반도체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용량을 늘리기 위해 반도체를 위로 높이 쌓는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300단대 낸드플래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르면 올해나 내년에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반도체 업체들은 대용량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단수는 셀을 적층한 수를 뜻하며, 높이 쌓을수록 한정된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내년 상반기 '321단 4D 낸드플래시' 양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미국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세계 최초의 321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양산 중인 낸드플래시의 주류는 2022년 128단에서 지난해 176단으로 넘어갔다"며 "내년 상반기 321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10% 비중에 불과한 238단 제품은 올해 20%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의 321단 낸드플래시를 공개했지만, 아직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1.4% 점유율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20.2%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3위에서 2위로 한계단 올라섰지만, 아직 1위와는 10% 이상 격차가 있다. 

이어 웨스턴디지털이 16.9%로 3위를,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이 14.5%와 12.5% 점유율로 4위와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인텔로부터 솔리다임을 인수했지만, 솔리다임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회사의 골치덩이'가 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실적에 포함되기 시작한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7조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반도체 분야에서 D램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되는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솔리다임의 적자 뿐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적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위안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해 12월 평균가격은 4.33달러로 전월 대비 6.02% 올랐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10월 전월 대비 1.59% 상승했고 11월에는 5.41% 오른 데 이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연구개발(R&D) 조직인 'SK하이닉스낸드개발아메리카(SK HNA)'를 최근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등, 낸드플래시 사업에 힘을 더 싣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올해 말부터 양산체제 '돌입'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9세대 300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300단대 발표는 SK하이닉스가 빨랐지만, 양산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더 빠른 셈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경쟁사들이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 '트리플스택'을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되게 '더블스택' 기술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낸드플래시를 나눠 제작한 뒤 합치는 방법인 '스택'은 싱글스택, 더블스택, 트리플스택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셀을 묶게 위한 구멍이 많아지게 된다. 통상 그만큼 공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손실률도 높아진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더블스택 방식은 트리플스택에 비해 데이터 손실률은 낮추고 공정 효율성은 높인 기법으로 평가된다. 특히 더블스택 방식은 트리플스택 대비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9세대 낸드프래시는 더블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를 개발 중"이라며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한 동작 칩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가 더블스택으로 양산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019년 6세대 128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때 채널 홀을 단 한 번에 뚫는 싱글 스택 기술을 완성,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이 더블 스택을 활용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D램 시장이 3개 사업자가 과점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6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낸드플래시 시장은 재고 감축 속도나 수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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