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04 12:08

오너경영 2세로 끝났다…500억대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남아

지난 2022년 6월 21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22년 6월 21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최종 실패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대법원 상고까지 벌이며 경영권 방어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대법원은 종전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4일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보유 주식인 37만8938주(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기게 됐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그해 4월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고 언론에 홍보했으며, 이에 보건당국은 근거 없는 제품 홍보라고 반박하는 등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해당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홍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와 함께 일가가 보유한 지분 52.63%를 3107억원(주당 82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돌연 한앤코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다며 그해 8월 주식양도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법적 쟁점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매수·매도 양측을 모두 대리한 것(쌍방대리)이 계약 무효로 작용하는지, 아니면 인정이 되는지 판가름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주식매매계약 체결 때 변호사법 수임제한 조항인 제31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한 ‘사건’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홍 회장 측은 김앤장의 쌍방대리와 함께 홍 회장의 고문 위촉으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임원진 예우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 외식사업부 ‘백미당’ 매각을 제외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 파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9월 원고인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김앤장의 쌍방대리 사실은 인정되지만, 자문 변호사들의 업무가 기업 인수거래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아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홍 회장 측이 유효하다고 주장한 별도 합의는 홍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실무자가 작성하면서 원고와 피고 모두 날인한 적이 없다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개최된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남양유업)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개최된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남양유업)

홍 회장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홍 회장은 2심 판결도 인정하지 않고 지난해 3월 대법원 상고에 나섰으나 대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다만 이번 판결과 별개로 홍 회장과 한앤코는 50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다른 법적 분쟁이 남아 있다.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한앤코의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홍 회장은 남양유업 경영권을 잃게 되면서 1964년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에 이은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은 2세로 끝을 맺게 됐다. 창업주의 장남인 홍 회장은 1990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03년 회장에 취임했다.

남양유업은 한때 국내 유업계 실적 1위에 오르는 업계 대표주자였지만, 2013년 대리점에 물품 강매와 폭언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불매운동 직격타를 맞았다. 이후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불가리스 파동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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