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1.05 08:00
지난달 다이소가 출시한 '스웬 캡슐커피(왼쪽)'과 티몬이 출시한 자체 브랜드 '베리밸류'의 캡슐커피(오른쪽) (사진제공=각사)
지난달 다이소가 출시한 '스웬 캡슐커피(왼쪽)'과 티몬이 출시한 자체 브랜드 '베리밸류'의 캡슐커피(오른쪽) (사진제공=각사)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국내 캡슐커피 시장이 ‘출혈경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국내 제조커피 시장의 1인자인 동서식품이 12년 만에 캡슐커피 시장에 재진출한 가운데, 최근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이커머스업체 티몬도 잇따라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양상을 두고 캡슐커피 시장에 때 이른 ‘치킨게임’이 벌어진 것이 아니냔 우려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는 캡슐커피 ‘스웬 캡슐커피’를 본격 출시했다. 다이소답게 ‘가성비’를 내세워 개당 300~5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캡슐커피 가격은 개당 500~8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도 지난달 자체 식품 전문 브랜드 ‘베리밸류’를 통해 PB상품으로 캡슐커피를 선보였다. 가격은 개당 330원다. 티몬은 첫 PB상품으로 캡슐커피를 낙점한 이유를 두고 캡슐커피의 검색량과 거래액 증가를 꼽았다. 티몬 홈페이지에서 캡슐커피를 검색한 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11% 늘었고, 검색 고객의 거래액은 61% 증가했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데이터에서 캡슐커피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티몬의 자체 분석처럼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2018년 1000억원 수준의 규모에서 5년 사이 4배 이상 몸집을 키웠다. 시장 점유율은 2007년 캡슐커피 시장을 개척한 네스프레소가 약 80%의 점유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홈인테리어 제품으로 입소문을 탄 ‘일리’,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1위인 ‘라바짜’ 등의 해외 브랜드들이 포진해있다. 여기에 스타벅스, 할리스, 이디야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캡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캡슐커피 시장이 급격히 불어난 이유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홈커피 수요는 ‘봉지커피’ 대신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수요로 이어져 캡슐커피 인기를 견인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카누 바리스타'를 선보이며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지난해 '카누 바리스타'를 선보이며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서식품)

특히 국내 조제커피 시장 점유율 약 88%인 동서식품도 캡슐커피 재공략을 선언하며 시장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앞서 동서식품은 2011년 캡슐커피 시장의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지난해 2월 프리미엄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를 선보이며 캡슐커피 재진출에 나섰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캡슐커피 사업에 재진출하면서 목표로 내세운 부분을 대부분 달성했다”며 “하지만 캡슐커피 시장의 변수가 많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캡슐커피 시장이 성장궤도에 놓인 것은 분명하지만, 출혈경쟁으로 번질 만큼 확실한 시장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국내 캡슐커피 1위 사업자인 네슬레는 2007년 시장 개척에 나선 이후 적자를 이어오다 흑자전환에 성공한지 불과 1~2년 남짓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부지기수 늘어나고 캡슐커피 저가화까지 이뤄진다면, 업체마다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더욱이 캡슐커피 시장 특성상 커피머신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머신의 캡슐커피 호환 여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각 브랜드의 캡슐커피를 아울러 호환할 수 있는 커피머신이 많지 않아 시장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커피빈이 커피머신 부품 수급 이슈로 12년 만에 사업을 종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커피머신 교체 시기는 3~5년 정도로, 이는 기존 사용하던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시기가 꽤 길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캡슐커피 판매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사무실에 납품하는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이어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은 업체들마다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성장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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