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1.06 08:00

"태영건설 워크아웃 영향 점검할 듯…인하 전 '물가 둔화' 확인 필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해 11월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해 11월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기준금리를 논의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로 열리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지속 동결 중이다.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연초부터 단행될 가능성은 낮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은도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한은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반드시 물가 안정을 이뤄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올해 '물가 안정'을 천명한 가운데 최근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3%대로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해 10월(3.8%)을 정점으로 둔화하고 있으나 넉 달째 3%대를 기록 중인 만큼 당장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

한은도 '물가가 2%대로 수렴하는 확신이 있어야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올해 물가는 연초 3%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연말께 2% 초반대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도 인상이 끝났을 뿐 인하를 시작하진 않았다. 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위원들이 금리가 고점이라는데 공감했지만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고, 물가 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파적인 성향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 등은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 (출처=한국은행 홈페이지)
2024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 (출처=한국은행 홈페이지)

한편 올해 첫 연준의 FOMC 결과는 우리시간으로 내달 1일 새벽에 나온다.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금리는 작년 7월 5.25~5.50%로 올라선 뒤 9월과 11월, 12월까지 3연속 동결됐다.

5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새해 첫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5.3%, 인하 가능성을 4.7%로 보고 있다. 동결이 압도적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 인상도, 동결도 한은이 연준보다 빨랐지만 한미 금리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는 만큼 이번에는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장 1월 금통위에서는 '동결'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월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물가압력 완화, 경기 하방위험, 연준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른 금융불균형 우려를 고려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연초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이슈로 인해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금리 인하)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높아졌다. 물론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한은의 대응이 당연 수반될 수 있으나, 그 전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사태 확산의 방지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은이 물가둔화를 확인한 뒤 금리 인하에 나서는 쪽이 더 현실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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