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09 16:21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기조연설 참석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아 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롤란드 부시 지멘스 CEO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두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발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룹 총수들은 CES를 방문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말 동안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현지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일정으로 8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대표 IT 기업 지멘스의 기조연설에 참관했다.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해 현지 일정을 진행한 후 라스베이거스로 건너와 8일 개최된 CES 현대차 미디어 데이에 참여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10일 CES에서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기조연설을 맡아 HD 현대의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적이 있으며 HD현대가 3번째다. 국내에서 전자업체가 아닌 비전자기업 중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 CES 첫 행보 8일 '지멘스 기조연설장' 찾아 

최태원 회장은 8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진행하는 롤랜드 부시 지멘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최 회장은 행사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멘스의 키노트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멘스와 추가적인 협력 가능성과 CES에서 기대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SK그룹은 지멘스의 애플리케이션 수명 주기 관리 솔루션인 'Polarion ALM'을 도입해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ASPICE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을 획득하는 등 지멘스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또 CES가 개막하는 9일(현지시간)에는 SK그룹관은 물론 국내외 주요 기업관을 관람하며 친환경 솔루션 등 첨단 기술의 트렌드를 살펴볼 계획이다. 

그가 CES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S 2023에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참석했다. 그는 당시 SK 부스를 방문해 "처음 와서 보니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탄소감축 관련 테마를 잘 풀어 전시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후 SK가 전시관 외부에 차린 푸드트럭을 방문, 대체유 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보기도 했다. 

올해 SK그룹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E&S, SK에코플랜트, SKC 등 7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나서 CES에 참여했으며 탄소 감축으로 기후 위기가 해결된 ‘넷 제로' 시대의 비전을 소개하게 된다. 

최 회장은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관을 둘러보고 글로벌 기업과 AI 협력방안은 물론 넷제로 사업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의선 회장 "수소는 후대 위해 준비해놓은 것"…수소 사업 의지 밝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8일 미국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현대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수소는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수소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장 대신 카키색 가죽 재킷과 하얀색 면바지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그는 이번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하는 데 대해 "오늘 처음 현대가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기아·슈퍼널 등 2개가 더 남았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회사가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을 위해 IT를 자동차에 많이 접목하고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수소 외에 이번 CES에서 주목해야 할 현대차그룹 전시에 대해 "모빌리티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도 있고 슈퍼널의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다른 업체의 전시도 "앞으로 많이 전시를 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현대차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수소 사회를 앞당길 'HTWO 그리드(Grid)' 솔루션과 그룹의 중장기 SW 전략 'SDx'를 공개했다.

2022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그룹의 미래 비전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2022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그룹의 미래 비전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정기선 부회장, CES 기조연설…"차기 총수 입지 다지는 계기될 것"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건설에 대한 종합 혁신 전략 및 비전을 소개할 계획이다.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은 바다에 이어 육상 인프라로 확장이 가능한 HD현대의 비전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개최된 CES 2023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해 바다의 관점과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의 CES 기조연설에 대해 '차기 총수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는 HD현대그룹의 경영 승계를 한층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은 1988년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정계 진출한 2002년 이후,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만일 정 부회장이 새롭게 그룹 총수에 오른다면 오너경영 체제로 30년여 만에 복귀하게 된다. 

정 부회장은 또 작년 1월에 윤석열 대통령 UAE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등 그동안 차기 총수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를 진행해왔다. 또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다른 재계 리더들과 같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적극 나서기도 했으며, 엑스포 불발 후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깡통시장에서 시식을 했을 때도 이 자리에 동참해 떡볶이, 튀김, 빈대떡 등을 시식했다. 

HD현대는 이번 CES에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 인프라 건설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180평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300평 규모로 전시관을 꾸몄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종희·조주완·곽노정, 프레스 콘퍼런스 통해 회사의 AI 비전 공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8일(현지시간) CES에 앞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회사의 AI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일상생활 속의 AI' 활용에 대해 강조하고 "삼성전자는 기술을 넘어 산업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AI를 구현하고자 10년 넘게 투자해왔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상생활에서 AI를 활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시대에 걸맞은 강력한 보안과 책임의식 ▲AI 기반의 다양한 신제품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 등 AI로 열어가는 초연결 시대와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삼성전자 전략 등에 대해 소개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AI는 고객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우리의 초점은 AI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지에 있다"고 강조헀다. 

그는 AI 기술을 최대로 누리기 위해선 각 사용자들이 AI를 적절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빨리지며 메모리에 대한 고객 요구사항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며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회사는 세계 최고 기술력에 기반한 제품들을 ICT 산업에 공급해 '메모리 센트릭 AI 시대'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객에 특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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