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4.01.09 11:43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2009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 행사장에서 성공 비법에 대해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말했다. 이익을 보면, 먼저 올바른지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대기업이 목표가 아닌 '의미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드러난 말이었다.

지금 증권가를 보면 '사의'는 없고 '견리' 뿐이다. 통상 증권사는 자본시장 한가운데에서 수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집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수익만 쫓다가 된통 당했다. 대표적으로 SG증권 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여러 증권사들의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과장 광고와 계좌 개설시 실지 명의 미확인(주민등록상 명의) 등 영업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무리한 영업 행태도 독이 돼 돌아왔다. 채권형 랩 어카운트·신탁 업무에서 고객 계좌의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고객에게 전이시키거나 증권사가 보전하는 등 불법 자전거래 관행도 발견됐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관련 CEO들의 중징계도 확정됐다. 사태 발생 4년 만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증권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큰돈도 못 벌고 문제만 드러난 한 해였다.

지난 2009년 박현주 회장이 외치던 '견리사의'가 15년이 지난 지금 증권가를 관통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15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새해 증권사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리스크관리를 통한 고객 신뢰 회복'을 외쳤다. 지난해 모진 풍파를 묵묵히 견뎌낸 한해 였다면, 올해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쇄신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