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01.15 13:13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0%·공급망 자립률 50% 목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정부가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기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안성, 성남 판교, 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말한다.

현재 19개의 생산팹과 2개의 연구팹이 집적된 메가 클러스터에는 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총 16개(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의 신규 팹이 신설될 예정이다. 우선 2027년 생산팹 3기, 연구팹 2기가 완공될 계획이다. 

정부는 '세계 최대·세계 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가 클러스터는 2102만㎡ 면적에 2030년 기준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이 예상되는 등 세계 최대 규모로 구축된다. 정부와 기업은 연관 소재·부품·장비 기업, 공공 반도체 연구소, 팹리스, 인재를 양성하는 다수의 대학들이 위치한 메가 클러스터에 HBM 등 최첨단의 메모리 생산과 2nm(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 경쟁이 '클러스터간 대항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인프라·투자환경 ▲생태계 ▲초격차 기술 ▲인재를 4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먼저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경쟁력이 '속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메가 클러스터 인프라·투자환경 조성을 중점 과제로 꼽고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적기 공급, 매력적인 투자 환경 조성에 나선다.

전력설비, 용수 관로 등 인프라 설치 관련 인허가가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인허가 타임아웃제 등 이미 도입된 인허가 신속처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0% 이상 단축할 예정이다. 

투자 매력도 제고를 위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고, 현재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국가전략기술)을 확대한다. 올해 반도체 예산을 2022년 대비 두 배 규모로 확대한 1조3000억원을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민생과 함께하는 튼튼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도 시동을 건다. 소부장·팹리스 경쟁력 제고를 통해 현재 30%에 불과한 공급망 자립률은 2030년까지 50%로 확대한다. 현재 4곳에 불과한 매출 '1조 클럽 기업'도 10곳으로 늘어나도록 육성할 방침이다. 

소부장 업계의 숙원사업으로서 현재 공백 상태에 있는 양산 검증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총 사업비 9000억원 규모로 용인 클러스터 내에 구축될 예정이다.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소재, 장비 등의 양산 신뢰성을 칩 양산기업과 함께 검증해 양산 투입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또 국내 파운드리 강점을 기반으로 팹리스 기업들을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팹리스 업계의 주요 애로사항인 ▲네트워킹 강화 ▲시제품 제작기회 확대 ▲자금 지원 등에 주력해 2030년까지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확대하고, 글로벌 매출액 상위 50위 내 팹리스 기업 10개를 육성한다. 현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 매출액 상위 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

더불어 미국·일본·EU·영국·네덜란드 등 반도체 밸류체인 핵심국과 정상 외교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을 기반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기반을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계기로 발표한 약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ASML 간 공동 R&D센터 국내 건립도 입지 선정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협력체결 현황.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또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 판교, 수원, 평택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교육 거점을 구축하고 국내외 반도체 연구 인프라의 연계 협력체계를 구축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를 지원한다.

팹리스 기업이 밀집되어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 우리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전력, 고성능의 국산 AI반도체를 개발 및 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화합물반도체 특화 연구 인프라인 한국나노기술원 등이 소재해 있는 수원은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평택에는 총 5000억원을 투자해 카이스트 평택 캠퍼스를 2029년까지 설립하고 카이스트 차세대 설계 연구센터와 소자 연구센터를 구축한다. 또 수원, 대전, 포항 등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국가 반도체 연구 인프라를 온라인으로 연계·통합(MoaFab 서비스)하고, 민간 팹과의 협업을 통해 인프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미래 반도체를 이끌어갈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 인재 유치에도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반도체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 인재를 2024년 기준 약 3만명을 양성하고, AI 반도체 대학원,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BK21 교육연구단 등 R&D 기반의 인력양성 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약 3700명 양성할 계획이다.

또 설계 SW만 사용할 수 있었던 학부생들에게도 자신이 설계한 칩을 제작할 기회를 제공해 실전 역량을 갖춘 설계 인재를 양성하는 '내 칩(My Chip)' 서비스도 2023년 대비 6배 확대(2024년 600명)한다.

사이언스 카드 비자기간 확대 추진(현 1년→최대 10년), 외국인 거주 원스톱 지원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연구자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고 국내 연구자의 해외 연구기관 파견을 2027년까지 2060명으로 확대해 첨단 기술 및 인력 교류를 촉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EU 집행위(EC)와 공동펀딩 방식으로 반도체 첨단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매년 한-미, 한-EU 연구자 포럼을 개최해 인력교류도 확대한다. 원활한 국제 공동연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연구기관의 R&D 직접참여 허용, 기업 매칭 연구비 부담을 완화 등 R&D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 1위 산업인 반도체 경기 회복을 맞아 금년에는 수출 1200억달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조기 완성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민생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메가 클러스터 성공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세계 최고 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반도체는 AI·디지털, 통신, 양자, 바이오 등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이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국가 간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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