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18 18:17
삼성전자 스마트폰상품기획 담당 황정호 프로가 18일 서울 중구 삼성 본관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미디어 브리핑에서 '갤럭시 S24'의 주요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상품기획 담당 황정호 프로가 18일 서울 중구 삼성 본관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미디어 브리핑에서 '갤럭시 S24'의 주요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과연 세상에 처음 나온 '인공지능(AI)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잠시, '실제 구동되는 갤럭시 S24'를 눈으로 확인하니 "진짜 되네"라는 감탄이 나왔다. 

기자는 18일 서울 중구 삼성 본관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미디어 브리핑에서 갤럭시 S24의 주요 기능 시연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통역·번역기는 물론 검색, 사진 편집 등 다양한 기능에 적용된 AI는 더 이상 발전할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의 인식을 단번에 바꿔줬다. 요즘 스마트폰 한 번 사면 3~4년은 충분히 쓴다고들 한다. 그것도 낡아서 새로 구입하는 것일 뿐, 새 제품의 구매를 유인할만한 매력적인 기능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갤럭시 S24는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큰 도움이 될만한 놀라운 기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술 과시를 위해 어거지로 만든 듯한 불편하고, 별 쓰임새가 없는 그저 그런 기능이 아니라 '찐 기능'이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상품기획 담당 황정호 프로는 “스마트폰 다음 세대의 키워드가 뭐가 될지 궁금했다"며 "AI 폰이 새로운 키워드였다. AI는 엄청난 속도와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프로는 "AI 테크 리더들과 협업한 결과,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사람과의 소통,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에 '갤럭시 AI' 최우선으로 적용했다"며 "갤럭시 S24는 새로운 AI 폰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온디바이스 통역 서비스 시연. 한국인이 미국 레스토랑에 전화해 예약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온디바이스 통역 서비스 시연. 한국인이 미국 레스토랑에 전화해 예약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13개 언어 통역 서비스…영어 못해도 실시간 대화 '거뜬'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24 기능 중 가장 먼저 AI 통역 서비스를 시연했다.

미국에 있는 레스토랑에 예약 전화를 거니 "샘의 바비큐, 로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상대방의 영어가 즉시 한국어로 번역돼 화면에 나타났다. 이어 "이번 주 토요일에 식당을 예약하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라고 한국어로 묻자 "예약이 꽉 찼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왔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의 통화가 문장으로 실시간 번역되면서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통역은 통화뿐 아니라 문자메시지에서도 가능하다. 한국어, 중국어(간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총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황 프로는 "통역 기능은 폰 자체 내장된 온디바이스 기능으로 통신 환경과 상관없이 실시간 통역이 가능하다"며 "내가 보내는 메시지뿐 아니라 써드 파티 메신저 앱에서도 수신 메시지, 송신 메시지가 번역돼 볼 수 있고, 모르는 언어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도 번역 서비스로 손쉬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사진=채윤정 기자)
외국인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도 번역 서비스로 손쉬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사진=채윤정 기자)

외국인과 문자로도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안녕, 이번 주 토요일에 저녁 먹을래?"라고 물어보니 번역을 통해 "좋아. 내가 바비큐 식당 예약해 볼께"라는 답변이 왔고, 상대방이 예약을 완료해 "7시에 식당 앞에서 만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메시지는 오탈자나 띄어쓰기 등 문법상 오류가 있었지만, 이것도 AI가 자동으로 교정해 줬다. 붙여 쓴 단어가 자동으로 띄어쓰기가 됐고 틀린 글자도 자동 수정됐다. 

메시지를 여러 어투로 바꿔 전송하는 기능도 매우 편리해 보였다. 우선 '24년이 시작됐당. 시간 참 빨라! 새해 복 많이 받고 목표한 일들 다 이루는 한 해 되길 바라'라고 적은 후 5가지 중 공손한 문구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니 '2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목표하신 일들도 모두 이루어지는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로 문구를 바꿔줬다. 

회의록 기능은 실제 업무 환경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 때 여러 명의 말을 각각 분리해 화자 별로 회의록을 손쉽게 작성해 줬다. 긴 회의를 요약해주는 기능도 눈에 띄었다.

검색 역시 갤럭시 S24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 준다. 구글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서클 투 서치'는 동그라미 하나로 검색 명령을 대치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SNS를 보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홈 버튼을 길게 누른 뒤 해당 이미지나 단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바로 검색이 가능하다. 검색 앱을 따로 켤 필요가 없다.

한 남자아이가 야구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인스턴트 슬로모'를 활용하면 동영상을 느린 속도로 재생해준다. (사진=채윤정 기자)
한 남자아이가 야구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인스턴트 슬로모'를 활용하면 동영상을 느린 속도로 재생해준다. (사진=채윤정 기자)

◆AI가 도와주는 사진 편집…"사진 학습 후 변화 부분 그려줘"

갤럭시 S24의 카메라에는 '프로 비주얼 엔진'이 탑재됐다. AI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비주얼 경험을 위해서인데, 카메라 편집을 쉽게 하기 위해 AI 기능이 사용된다. 

우선 가장 고급 모델인 울트라에서는 기존 3배 및 10배 줌만 제공되던 광학 수준의 고화질이 2·3·5·10배에서도 제공되는 '쿼드 텔레 시스템'이 적용됐다. 밤에도 선명하게 찍히는 '나이토그래피'는 어두운 곳에서도 줌 기능으로 사진과 동영상 모두 흔들림 없는 영상물을 제공해 준다. 

AI를 사용한 사진 편집 기능을 이용해 봤다. 

농구장에서 한 남자가 뛰는 모습인데 그 남자를 골대 위쪽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AI가 주변 환경을 자동 보정해 원래부터 남자가 골대 쪽에 있던 것처럼 사진을 자연스럽게 바꿔줬다. AI가 사진을 편집했음을 알려주는 워터마크도 자동으로 생겼다. 

또 한 남자아이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영상에서 기존에는 초고속 카메라로 별도로 아이가 느리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동영상을 촬영해야 하지만, 새로 생긴 '인스턴트 슬로모' 기능을 이용하면 해당 영상을 천천히 재생해 자연스럽게 슬로우 모션을 만들어준다. 

황 프로는 "사진 편집을 할 때 AI로 이미지를 미리 학습하고 변화를 예상해 그 장면을 그린다"며 농구 장면에서 빈자리를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워주고 기존 1X짜리 동영상을 자동으로 슬로 모션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S24 울트라와 S24+, S24. (사진=채윤정기자)
갤럭시 S24 울트라와 S24+, S24. (사진=채윤정기자)

◆삼성전자의 애플 재역전…'갤럭시 S24'로 만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에 뒤진 것으로 나타나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간 매출에서는 애플,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각각 1위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지난해 아이폰15를 앞세운 애플은 출하량에서도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20.1%로 1위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13년 만에 2위(19.4%)로 물러섰다. 

애플도 AI폰을 출시할 계획인 것은 분명하다. 올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6'에 자체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적극 협력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어 AI폰 시장을 선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구글은 물론 오픈AI의 'GPT-4', MS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 AI 챗봇 '코파일럿' 등과 다양하게 협력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며 "하지만 애플은 AI에 있어 다른 회사와 협력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어 사실상 AI폰에서 삼성전자에 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AI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덕에 갤럭시 S24 시리즈가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판매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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