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20 12:00

삼성전자, CXL 시장 '선두 주자'… 마이크론도 관련 제품 선보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SMRC에서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SMRC에서 레드햇과 업계 최초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시장을 두고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 개발 바람 거세지면서 차세대 반도체 인터페이스로 불리는 CXL이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뒤를 이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은 인텔의 CXL 2.0 규격의 첫 중앙처리장치(CPU)인 5세대 제온 프로세서를 올 상반기에 출시하는 데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의 제온 CPU 출시에 맞춰 올해 CXL 시장이 본격 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CXL 표준은 현재 2.0까지 개발돼 있다. 그동안 인텔의 서버용 CPU는 CXL 1.1까지만 지원하는 상황이어서 CXL 2.0을 지원하는 CPU에 대한 요구가 컸다. 

​SK하이닉스의 CXL​ 메모리.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CXL​ 메모리. (사진제공=SK하이닉스)

◆삼성전자, CXL 기술력 앞서…HBM 시장 열세 '만회'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지만, CXL의 경우,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서버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통해 CXL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상황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CXL 시장에서 앞장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고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만큼 CXL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며 "SK하이닉스가 HBM 제품을 밀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CXL을 내세우며 HBM에서 열세를 CXL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많이 도입하는 HBM에도 용량과 가격이라는 한계가 있다. HBM 하나당 용량은 보통 16∼24GB로 HBM 여러 개를 갖다 쓰면 규모를 확장할 수 있지만 가격이 문제가 된다. HBM 가격은 일반적인 D램보다 6∼7배 비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칩 'GH200'도 HBM을 전부 사용해 개발한 제품이 아니다. 96GB HBM과 480GB LPDDR5X를 결합해 만들었다. LPDDR5X는 전력 효율이 우수한 저전력 D램으로, HBM 대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우수하다.

HBM의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CXL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쌓는 적층 방식으로 메모리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것과 달리, CXL은 컴퓨터 내부 시스템 전체를 연결하고 합치는 새로 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다. 

HBM이 D램 여러 개를 쌓아 만든 패키징 ‘제품’이라면 CXL은 구동 원리라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즉, 인터페이스는 CPU, GPU, 저장장치 등 기기 내 각 장치의 통신을 연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기존 컴퓨팅 인터페이스는 CPU, GPU, 스토리지의 인터페이스가 제각각이어서 효율적인 연결이 어려웠고, AI 시대 병목 현상의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CXL은 메모리 기술의 표준으로, 메모리 용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는 연결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론상 서버에 필요한 D램을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CXL이 상용화되면 지난해 깊은 불황에 빠졌던 메모리 산업이 반등하는 계기가 되고 생성형 AI 개발 열기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HBM과 같이 CXL이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는 CXL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125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욜인텔리전스는 "올해 하반기 CXL 2.0을 지원하는 CPU가 출시되면서 메모리 풀 구현이 가능해져 CXL 시장이 도약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 CXL 3.0 지원 CPU가 출시된다면 생산량 확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CES에서 전시한 '가상 반도체 팹'.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CES에서 전시한 '가상 반도체 팹'.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CES서 CXL 기술력 선보여…마이크론도 공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CXL 제품을 전시하고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전자가 CES에서 선보인 CMM-D(CXL 메모리 모듈 D램)는 기존 DDR 인터페이스 기반 D램 모듈이 아닌 CXL 인터페이스 기반의 모듈 제품이다. 이 제품은 기존 SSD 장착 위치의 서버 전면부에 여러 대를 장착할 수 있어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처리가 필수적인 생성형 AI 플랫폼 적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XL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세계 최초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우선 2021년 5월 세계 최초의 CXL 기반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최초로 512GB CXL 기반 D램을 개발해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CXL 관련 ▲삼성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 총 4종의 상표를 출원하는 등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글로벌 1위 기업인 레드햇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기업용 리눅스 OS인 레드헷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9.3)에 CXL 메모리를 최적화하고 가상 머신, 컨테이너 환경에서 메모리 인식, 읽기 및 쓰기 등 동작 검증을 마쳤다. 

SK하이닉스도 CES에서 CXL 메모리 및 CXL 기반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시제품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 DDR5 D램 기반의 96GB CXL 메모리에 이어 지난해 128GB D램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두 제품에 대해 상반기에 고객 인증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8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 행사에서 CXL 2.0을 지원하는 메모리 확장 모듈 'CZ120'을 선보인 만큼, 조만간 CXL 시장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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