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23 09:00
지난달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소재한 노지형 스마트팜에서 재배자가 실시간으로 토양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확인할 수 있는 무선 센서(사진 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CJ프레시웨이)
지난달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소재한 노지형 스마트팜에서 재배자가 실시간으로 토양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확인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CJ프레시웨이)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단체급식 시장 1위인 삼성웰스토리가 CJ프레시웨이의 주력 사업을 잇따라 공략하면서 양사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웰스토리는 외식 프랜차이즈 식자재유통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라 밝혔다. 회사는 지난 1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사 맞춤 프로그램인 ‘360솔루션’을 이용한 외식 프랜차이즈 ‘헬키푸키’가 월 매출 35배 상승, 가맹점 6배 증가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웰스토리의 외식 식자재유통 규모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고객사의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전체로 봤을 때 고객사 유치 수가 미미한 수준이라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삼성웰스토리의 외식 식자재유통 진입은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이뤄졌다. CJ프레시웨이를 필두로 아워홈, 동원홈푸드, 풀무원 등이 2000년대부터 해당 시장에 뛰어든 것과 달리, 삼성웰스토리는 2020년대에 들어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단체급식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식자재유통의 영역 확대를 꾀하지 못했다.

국내 외식 식자재유통은 CJ프레시웨이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외식 식자재유통에 특화된 자체 브랜드(PB) ‘이츠웰’을 내세워 농수축산 신선상품을 비롯해 한식재, 양식재, 유제품, 소스류 등 1700여 종에 달하는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이츠웰 전략상품은 단가 경쟁력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식용유의 경우, CJ제일제당의 ‘백설 식용유’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공급이 가능하다. 식용유 외에도 가공육, 냉동만두 등 CJ제일제당의 경쟁력 있는 품목을 PB 제품으로 만들면서 외식 프랜차이즈에 적시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전처리 및 소스 제조의 프레시플러스 운영, 관련 업계 첫 농산물 패킹 스토리지(PS) 센터 구축, 주요 농산물의 전국 산지 직거래 등 관련 인프라의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노지에 스마트 농법을 접목, 농산물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는 ‘스마트팜 계약재배’를 추진하며 식자재유통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와 헬키푸키 담당자가 메뉴 개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웰스토리)
삼성웰스토리와 헬키푸키 담당자가 메뉴 개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웰스토리)

반면, 삼성웰스토리는 CJ프레시웨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식자재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형편이다. 지역별 식자재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농산물 산지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물량 동원 측면에서 CJ프레시웨이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더욱이 자체 식품제조사 부재로 가공제품의 단가 경쟁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삼성웰스토리가 외식 식자재유통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식자재유통 사업이 주력사업인 단체급식과 긴밀히 연계된 점, 매출 증대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한편에서는 과거 CJ프레시웨이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골프장 컨세션’ 사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이를 재차 벤치마킹하는 ‘복붙(복사해 붙임)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성웰스토리는 과거 CJ프레시웨이의 골프장 컨세션 부문을 담당한 직원들을 영입해 사업장 수주전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현재 삼성웰스토리의 골프장 식음서비스 사업장은 57개로 업계 1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웰스토리가 골프장 컨세션에 이어 식자재유통에서도 CJ프레시웨이 직원을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CJ프레시웨이 입장에서는 삼성웰스토리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소싱 능력만 놓고 봤을 때 외식 식자재유통에서 삼성웰스토리의 도전은 쉽지 않다”며 “CJ프레시웨이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사 핵심 품목의 단가를 더 낮추는 출혈경쟁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의 고객사 확대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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