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8.04 15:09

2007년부터 육성나선 LG전자...세계 6위 부품업체 현대모비스에 도전장

“이제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를 연료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지도 위에서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독일자동차공학회 주최 ‘차량전기전자 심포지움’에 다녀 온 홍성수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의 이같은 소감을 얘기했다.

지난 12월 9일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사업부 신설을 골자로한 조직개편을 단행, 스마트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전략 핵심사업으로 끌어올렸다. 9개월후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의 전장부품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나섰다.   

LG의 주력 업체들인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역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스마트자동차 부품 생산을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이미 확정, 기술개발에 투자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전 세계 전자‧IT(정보통신)‧배터리‧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스마트자동차산업으로 ‘헤쳐모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삼성전자가 조직개편 이후 9개월만에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스마트자동차 부품시장이 새로운 미래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마그네티 마렐리의 M&A가 성사된다면, 삼성전자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부품 '볼륨확대+기술획득'

마그네티 마렐리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업체로 올해 설립 125년이 되는 업체다. 자동차부품생산업체 가운데 매출액 기준 세계 30위권이고, 이탈리아내에서는 1위업체다.

특히 마그네티 마렐리는 ▲차량 조명 ▲차량 엔터테인먼트 장치(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기술) 등 스마트자동차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부품에 대한 특화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주요 도시에 12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인수할 경우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에 부품 납품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본과 마그네티 마렐리의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M&A에 성공할 경우 명실상부한 자동차전장부품 업체로 등극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전장부품 사업부를 운영했던 LG전자, 스마트자동차 부품 생산 독주체제를 갖춘 현대모비스와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의 ‘선택과집중=전장부품’ 어디까지 왔나

LG는 장기적으로 자동차부품 사업의 매출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 미래 돌파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자-화학-디스플레이’ 계열사들간 유기적관계를 강화, 미래전략 사업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부품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LG그룹은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이노텍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과 부품 등을 생산하는 식으로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부품 부문을 집중 육성해 왔다. LG전자는 내년 말부터 GM이 생산하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 부품과 시스템 11종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는 등 기술도 인정받고 있다.

LG는 지난 2007년부터 자동차 전장부품 및 2차전지 사업을 신설했고 이후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잇따라 계약을 맺고 있다.

LG는 미국의 GM(제네럴 모터스)에 전기자동차용 부품을 공급하는 등 지난해 자동차 부품 부문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달했고, 올해 2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왜 전장부품인가

불과 3년6개월 후인 오는 2020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사용하는 부품가운데 35%는 전장부품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동차산업 핵심경쟁력의 중심이동’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3%에서 2010년 4.8%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시기인 2020년에는 35%로 급증하고 205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엔진 및 구동 관련 부품(엔진블록, 엔진헤드, 연로분사장치, 점화장치, 크랭크·배기장치, 트랜스미션, 연료탱크 등)의 제조업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2차전지·연료전지·인버터·모터 등 전기차 특유의 부품이 자동차의 심장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동력원의 전기화(전기자동차 상용화), 시스템의 스마트화(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가 가속화되면, 자동차업계의 주도권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서 주도권의 변화는 완성차생산업체와 IT관련 전장부품 생산업체간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심장(전기구동장치)과 혈관(스마트시스템)을 IT자동차 전장부품 업체가 맡을 경우, 완성차 생산 업체는 조립생산 시설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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