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01 17:04

"불신과 감시의 판도라 상자 열렸다…정상적인 교육활동 위축 불가피"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사진=뉴스1)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피소된 특수교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피고인인 특수교사의 유죄를 일부 인정해 벌금 200만원형에 대한 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교사단체들은 '불법녹음이 인정받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특수교사의 현실과 교육적 목적 외면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과정에서 좀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만 몰래 녹음한 내용으로 처벌한다면 어떤 교사가 자유로울 것이며 누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20년 넘게 특수교육에 헌신한 교사가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교육 목적의 행위마저 아동학대로 처벌할 경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수교사들은 장애 학생들과 밀착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폭언‧폭행까지 감내하면서 해당 학생과 여타 학생의 교육, 안전 보호, 생활지도를 위해 열정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번 판결로 교육활동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유감을 표했다. 전교조는 "수년간 학생의 성장을 돕기 위해 온갖 일을 감내해야 했던 해당 특수교사의 헌신을 아동학대로 왜곡한 판결"이라며 "교실 속 불법 녹음을 사실상 허용해 교사와 보호자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특수·통합교육 현장을 극도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1월 11일 교실 불법 녹음자료의 증거 능력을 파기한 대법원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명백한 법리적 모순"이라며 "현재 교실 속 불법 녹취로부터 교사와 다수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대책은 없다. 정부는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해 불법 녹음 및 청취와 같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도 "수업 중 불법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 유죄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정서적 아동 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불법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된다면 교사는 교육적 판단에 의한 활동보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장애학생도 똑같은 학생으로서 존중하면서 모든 교육활동에 배제하지 않고 한 명의 학생으로서 동등한 책무성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는 통합교육의 취지에 따라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해 온 특수교사들의 절망감은 더욱 크다"며 "향후 이 사건의 항소심 및 유사 사건에서 사법부가 교육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존중해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현명한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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