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07 17:3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지난 5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만 말해둔다"며 "1심 판단에서 우리 주장을 배척한 경위를 확인해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승계작업 관련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있다"며 "이는 저희가 판단할 때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분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8월 개최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승계 작업 실체와 이 회장이 승계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가성 있는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핵심 증거들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 숨은 주요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공소유지 과정에서 충분히 법적 공방이 이뤄졌고 위법하지 않다고 충분히 설명을 드렸음에도 배척된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까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을 비롯한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선고가 이뤄진 다음날부터 7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 다만, 마지막 날이 공휴일이면 그 다음날까지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달 13일까지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5일 1심 판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채윤정기자)
이재용 회장이 5일 1심 판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채윤정기자)

시민단체들은 항소를 촉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국정농단 뇌물 협의는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재판을 받아오며 경영활동에 큰 제약을 받아 온 만큼, 검찰이 항소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동안 수사 및 재판으로 장기간 기업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 했다"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1위를 인텔에 내주고, 글로벌 휴대전화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것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이 회장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적극 나서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위 공시 및 시세 조정을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106차례나 재판을 열고 검찰 및 변호인으로부터 주장을 들었지만, 결국 변호인에서 주장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 판단이었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1심 무죄 사건의 경우 항소하는 내부 방침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계적으로 항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검찰수사위원회의 이 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무시한 채 이 회장을 기소한 것 자체가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향후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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