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01 08:00

붕괴하는 출산율 '일·육아 양립' 절실…"누구나, 원하는 시간까지 국가가 돌보겠다"

2023년 출생아가 23만명에 미달함에 따라 향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출처=픽사베이)
2023년 출생아가 23만명에 미달함에 따라 향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됐다. 다만 저출생으로 인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한 초등학교가 전국에 157개교나 됐다. 수도권에서는 9개교, 비수도권에서는 148개교에 1학년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저출산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늘봄학교를 도입해 가정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등 국가 돌봄을 통한 저출산 상황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당분간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생 만 6세와 취학유예자 등 올해 초등학교 취학대상아동은 총 36만9441명이다. 초등학교 신입생이 40만명 아래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출생아 수만 살펴봐도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 수준이다. 이후 출생아 수는 2020년(27만2337명) 30만명대가 무너졌고, 2022년(24만9186명)에는 25만명대가 붕괴됐으며 작년에는 22만9970명에 그쳤다. 2017년과 비교하면 6년 사이 12만7801명이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부터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0.72명으로 1년 전보다 0.06명 줄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는 0.65명까지 감소했는데 올해는 연간으로 0.6명대가 예상된다. 반등은 커녕 매년 떨어지고 있는 만큼 입학식은 물론 초등학교 자체가 문을 닫는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년간 약 3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저출산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이유로는 가족지원 예산 부족과 일·육아 양립의 어려움이 지적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미래연구원 등 국회 소속기관의 공동연구로 작년 10월 발간한 '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 가능한 대표적인 가족지원 예산 기준 우리나라의 가족지원 예산은 GDP 대비 1.56%로 OECD 평균 2.29%에 비해 낮다. 특히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 지급을 기준으로 보면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인 1.12%의 30% 수준에 그친다.

한국은행이 전국의 25~39세 성인 2000명(미혼 1000명, 무자녀인 기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여성의 경우 취업자일수록 희망자녀 수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이는 일·육아 양립의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출처=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올해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가 겪게 되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사교육비 경감 등을 위해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국가 돌봄'을 천명한 것이다. 특히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늘봄학교를 통한 초등돌봄 공백 해소는 일·가정 양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늘봄학교는 원하는 아이는 누구나, 원하는 시간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기조 아래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정책"이라며 "부모는 경력단절이나 사교육비 부담 없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고, 아이는 안전하게 관리받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즐겁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학기 전국 2700여개(전체의 44%)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하고,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성장·발달을 지원한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기존에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와 돌봄은 하나의 체제로 통합된다.

늘봄학교에서는 신청 우선순위, 추첨, 탈락 등이 없다. 맞벌이 가정 등 여부와 상관없이 희망하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만, 내년은 2학년까지, 2026년에는 6학년까지로 지원대상을 점차 확대한다.

전남 영암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우리학교 건축 탐험대-참여형 ESG 건축 디자인 스쿨'을 운영해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자원과 ESG 건축 개념 학습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전남 영암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우리학교 건축 탐험대-참여형 ESG 건축 디자인 스쿨'을 운영해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자원과 ESG 건축 개념 학습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올해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1학년에게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료로 제공한다. 우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기존 방과후·돌봄 프로그램과는 달리 미래세대 창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미술과 무용,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달부터 340여개 학급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100여종을 지원하고 각 분야 저명예술인이 늘봄학교로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특별한 예술수업을 나누는 늘봄학교 마스터클래스도 상반기에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국 초등학교 150개교에 '이야기할머니' 150명을 파견한다. '이야기할머니'는 노년층을 유아교육기관에 파견해 옛이야기와 선현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등학교로 활동무대를 확장했다.

예비 학부모 대상 수요 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분야였던 체육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핸드볼, 뉴스포츠 등 12개 종목단체는 150개 학급에 아이들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종목별 맞춤형 변형 프로그램을 늘봄학교에 제공한다. 초등학생이 핸드볼을 안전하게 접하면서 교육적 효과도 누릴 수 있도록 시합 규칙과 규격, 용품 등을 변형한 핸볼 프로그램, 댄스스포츠와 케이팝 음악을 결합한 뉴플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프로종목단체와 연계해 200개교 이상 초등학교에 현역선수나 은퇴선수를 파견하는 축구 수업, 티볼 수업 등을 운영하고 특화프로그램 운영지원 사업을 통해 12개 지정스포츠클럽의 13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제1차 회의를 주재해 "늘봄학교는 저출산 위기와 국민의 양육부담 문제를 생각할 때 가야만 하는 방향"이며 "부처가 보유한 전문성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늘봄학교를 위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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