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06 09:41

과일가격 초강세…"원료값 떨어졌으면 가격 내려야 '합리적' 경영"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작년 작황 부진으로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로 반등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100)로 1년 전에 비해 3.1% 상승했다. 전달(2.8%)에는 6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으나, 재차 3%대로 올랐다.

2월 소비자물가를 품목 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보다 3.9%, 서비스는 2.5% 각각 상승했다.

우선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11.4% 올랐다. 과일 가격이 높은 가운데 주산지 기상악화 등으로 채소 가격이 상승했다. 축산물(1.1%), 수산물(1.8%)은 소폭, 농산물(20.9%)은 대폭 올랐다.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도 12.2% 상승했다.

특히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 중 신선과실은 41.2% 상승했다. 이는1991년 9월(43.9%) 이래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전년동월 대비 사과(71.0%), 귤(78.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쌀(9.2%), 배(61.1%) 등은 올랐고 마늘(-12.5%), 양파(-7.0%), 당근(-15.7%), 망고(-10.5%), 상추(-6.3%), 화초(-4.4%), 고등어(-1.6%) 등은 내렸다.

공업제품의 경우 석유류(-1.5%)가 내렸으나 가공식품(1.9%)이 오르면서 2.1% 상승했다. 석유류는 경유(-5.7%), 등유(-6.9%) 등을 중심으로 소폭 내렸으나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전달(-5.0%)에 비해 하락폭이 축소됐다.

이외 전기·가스·수도는 전기료(4.3%), 도시가스(5.6%), 지역난방비(12.1%), 상수도료(2.7%) 위주로 4.9% 올랐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서비스의 경우 집세(-0.1%)가 하락했으나 공공서비스(2.0%), 개인서비스(3.4%)가 상승하면서 1년 전보다 2.5% 올랐다.

집세는 월세(0.8%)가 오르고 전세(-0.9%)가 내렸다. 공공서비스는 유치원납입금(-8.4%), 국제항공료(-1.6%) 등이 하락했고, 시내버스료(11.7%), 택시비(13.0%) 등이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3.8%)과 외식제외(3.1%)가 전부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이 계속된 가운데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이 반영되면서 하락세가 유지됐다. 품목별로 보면 보험서비스료(17.9%), 공동주택관리비(3.6%), 구내식당식사비(4.7%), 치킨(5.4%) 등은 오르고 승용차임차료(-15.4%), 자동차보험료(-4.6%), 학교보충교육비(-6.5%), 관람시설이용료(-3.9%) 등은 내렸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6.29로 전년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1%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111.95로 2.6% 상승했다. 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10.34로 2.5% 올랐다.

최상목 부총리가 지난 2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련 경제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가 지난 2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련 경제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물가 하향 흐름이 다소 주춤한 모습으로, 이는 1월 중순부터 상승한 국제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가 지속된데 기인한다"며 "정부는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에 대해 정책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우선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한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과일 3종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며, 이날부터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즉시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한다.

석유류, 서비스 등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현장점검 등을 통해 물가안정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현재 석유류 불법·편승 인상이 없도록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이 매주 전국 주유소를 방문해 가격을 점검 중이다. 학원비의 경우 지자체별 교습비 조정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를 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물가안정 동참을 요청했다.

그는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류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올해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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