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3.09 00:15
텍사스주 팬팬들에서 발견된 흑요석. 1540년 스페인 원정대가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라이브사이언스)
텍사스주 팬팬들에서 발견된 흑요석. 1540년 스페인 원정대가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제공=라이브사이언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미국 텍사스주 북쪽에 위치한 팬핸들에서 쓰다가 버려진 500년 전 흑요석 칼날이 발견됐다. 

흑요석은 화산 분출에 의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화산 유리다. 규소가 많은 용암이 빠르게 냉각될 때 만들어진다. 규소가 많이 함유된 용암은 점성이 높아 빠르게 식을 경우 결정 형성이 이뤄지지 않아 흑요석을 형성하게 된다. 쪼갰을 때 날카로운 날이 만들어져 선사 시대부터 무기나 도구의 재료로 사용됐다. 

과학자들이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 흑요석은 팬핸들에서 직선으로 1700㎞ 떨어진 멕시코 중부 시에라 데 파추카 산맥에 나온 것이었다. 파추카시는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으로 약 90㎞ 떨어져 있다. 500년 전에는 두 지역간 무역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먼거리를 이동한 것일까?

과학자들이 최근 논문을 통해 이 흑요석이 스페인 탐험가 프란시스코 바스케스 데 코로나도가 이끈 16세기 탐험대가 남긴 유물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탐험대는 400여명의 스페인 군인과 최대 2000명이 원주민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원주민들이 흑요석을 절단도구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탐험대는 1540년부터 1542년까지 멕시코에서 출발해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캔자스까지 여행했다. 탐험에 나선 이유는 스페인 왕이 전설속 금의 도시인 '시볼라'를 찾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당시 원주민들을 통해 뉴멕시코 지역에 시볼라라고 부르는 도시를 포함해서 7개의 도시가 보석과 금으로 장식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행은 금 도시를 발견하는데 실패하지만 그랜드 캐년의 사우스 림에 도달, 수천미터 아래 콜로라도 강을 바라본 최초의 비원주민이 됐다.

흑요석 칼날은 1920년에서 1992년까지 텍사스주 맥린에서 살았던 지역 주민인 로이드 어윈이 수집한 것이다. 그는 소년이었을 때 맥린 북쪽에 있는 그의 가족 목장에서 미국 원주민과 관련된 역사적인 유물들을 수집하곤 했다. 하지만 어윈은 그 칼날을 정확하게 어디에서 수집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어윈이 수집한 다른 유물과 마찬가지로 흑요석 칼날 역시 맥린 근처에서 발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 플린트 뉴멕시코대 라틴 아메리카 연구소 박사는 "흑요석은 칼날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종종 버려졌다"면서 "이번 발견은 택사스주를 통과한 코로나도의 정확한 경로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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