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08 13:54

"간호사 법적보호 수단 없어…땜질처방 말고 사회적 대화 시작하자"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 추진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의료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 추진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의료노동조합)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부터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대폭 허용한 지침에 대해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이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결국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의사 업무가 무제한으로 간호사에게 전가된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는 게 의료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라며 "문제는 의사 진료 거부로 인한 진료 공백을 해소해 환자 생명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의료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간호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정부는 '보건의료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사고 시 최종적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있다. 의료기관장에게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설사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며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 진료 거부로 인한 의료 현장의 진료 공백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가 필수·지역·공공의료 붕괴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의사단체들이 사회적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국민을 위해 의료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진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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