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08 17:30

"복귀 전공의 괴롭힘 없도록 보호할 것…이탈 전공의 임금 '지급 의무' 없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2월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2월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다음 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158명을 20개 병원에 파견키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다수의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3주가 돼가고 있다. 일부 환자의 불편이 있으나, 중증 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 대란'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련생인 전공의가 현장을 비웠다고 의료에 혼란이 생기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며 "대한민국 의료의 비상 대응 역량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비비 1285억원을 투입하고 3월부터 매월 건강보험에서 1882억원 이상을 지원한다"며 "오는 11일부터 4주간 2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해 기관당 10명 내외의 추가 인력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와 공보의, 군의관 투입, 추가 인력 채용 지원 등을 통해 현장 인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겠다"며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운영되도록 신규 외래환자는 2차 병원의 검사와 의뢰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면서 의료 전달 체계를 바로 세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와 복귀한 전공의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협박성 댓글로 위협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서는 "면허정지 처분보다 동료들이 더 무섭다는 호소를 들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을 살라는 의사들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답답하다"며 "범죄 행위인 만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복귀하지 못하도록 교사·방조한 행위와 협박 등 위법 사항은 철저히 점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동료들이 복귀하지 못하도록 비난하는가 하면, 용기있게 먼저 의료현장으로 돌아간 동료를 모질게 공격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행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해당 사안을 명확히 밝히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박 차관은 "복귀를 희망하거나, 현장에 남아았는 전공의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며 "직·간접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복지부 내 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신원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집단 괴롭힘이 두려워 집단행동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던 전공의가 속히 돌아오길 원하는 경우 수련기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수련병원에서도 복귀한 전공의에 대한 보호조치를 할 수 있게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복귀 여부를 갈등하는 전공의들은 용기를 내달라. 환자 곁으로 돌아오는 것은 훗날 인생을 되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최선을 다해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8일째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커지고 있는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8일째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커지고 있는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의협 관계자라고 밝히면서 '의협 내부 문서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의협 회장 직인이 담긴 문서에는 '집단행동 불참' 명단을 유포하라고 지시하면서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압박이 목적인 만큼 블러(흐림) 처리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비대위에서 작성한 적 없는 가짜뉴스이고 조작된 허위 문건'이라며 "게시자를 형사 고소하겠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군지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2907명 가운데 계약포기 및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92.9%인 1만1985명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이탈한 전공의를 개원가에 취업시키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박 차관은 "수련 규정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면허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면허취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근무지를 이탈하고 진료를 기피한 전공의에 대한 '임금 지불 여부'와 관련해서는 "고용관계 규정해석에 따라 전공의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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