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3.10 08:00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 익스프레스의 ‘가품 판매’를 뿌리 뽑고자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제기한 이후 본격적인 수사 착수다.

중국계 이커머스를 솎아내기 위한 '핀셋 수사'로 해석되지만, 가품 판매는 국내 이커머스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어서 후폭풍이 우려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알리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를 통해 알리코리아의 소비자 분쟁 대응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코리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가품은 차치하고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 문양이 들어간 가방과 액세서리 상품, 선정적인 성인용품이 버젓이 판매돼 뭇매를 맞고 있다.

공정위는 가품 판매와 더불어 소비자 보호 의무의 이행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선정성 논란을 비롯해 사기성 짙은 광고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거론된다. 

앞서 지난 7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부·중기부·공정위·관세청이 해외직구와 관련해 안전관리, 소비자 피해, 국내 기업 영향 등에 대한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한 관계 부처 회의를 열었다. 더불어 ‘해외직구 종합대책 TF’를 구성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을 상대로 한 단속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공정위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대상으로 칼을 뽑아 든 이유를 두고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산 이커머스는 이미 사용자 모객 규모에서 국내 이커머스를 앞지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 폭증했다. 이런 성장세에 알리는 월간활성사용자수에서 11번가를 제치고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한 테무도 591만명의 앱 사용자를 확보하며 G마켓과 티몬, 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를 따돌렸다. 

지난 1월 롯데온에서 판매돼 논란을 일으킨 욱일기 디자인의 제품.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1월 롯데온에서 판매돼 논란을 일으킨 욱일기 디자인의 제품.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가품 판매부터 논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알리만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롯데온은 ‘욱일기’가 그려진 상품을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다. 상품명 ‘전함 야마토와 욱일기의 머그컵 포토 머그(일본의 군함 시리즈)’로 욱일기가 잔 전체를 감싼 디자인이다. 롯데온은 지난 2020년에도 욱일기 문양이 새겨진 요요와 가미카제 머리띠 등을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지난해 1월에는 최음제가 판매‧광고되기도 했다. G마켓에서 판매됐던 명품 브랜드 안경은 정품 가격의 약 8분에 1 정도의 가격에 판매돼 가품 논란을 불러왔다. 

이러한 가품 논란에 알리는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클린’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으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미스터리 쇼퍼’ 제도와 인공지능(AI)을 동원한 모니터링 시스템, 가품 전담팀 배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가품 근절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수백만 셀러들이 판매하는 수억개 단위의 제품을 모두 검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알리에 압박을 가하려면 가품이 아닌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는 가품 문제 외에도 외교상 호혜주의 원칙을 적용받는 ‘만국우편연합 협약’을 활용, 민간 택배 서비스가 아닌 우체국 공공 서비스로 택배 서비스 ‘무임승차’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모기업의 자금동원력을 앞세운 막강한 후방 지원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중국계 이커머스가 국내 법을 어겨도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막고자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알리의 가품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알리의 초저가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배경을 면밀히 살펴 시장의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며 “중국계 이커머스라는 프레임만으로 입지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갈등이라는 역풍까지 몰고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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