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11 12:10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11일 정용진 신세계그룹이 18년 만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관련해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논평은 정 회장의 승진 배경을 거론하며 시작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유통 시장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고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논평을 작성한 이 회장은 “이마트는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주요 계열사들이 적자 시현하는 등, 정 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 경영성과가 저조했다”며 “정 회장은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밸류업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정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을 피하면서 이마트 주주들이 정 부회장 시절의 경영성과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마트의 주된 문제점으로 ▲주가 장기간 폭락 ▲시총 대비 과도한 빚 ▲무리한 M&A 후유증 ▲보이지 않는 차입금 축소 의지 등 4가지를 거론했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5년과 10년 기준으로 각각 59%, 7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각각 23%, 3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총은 2조원까지 줄어들었으며,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14조원의 금융부채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 지속적으로 이뤄진 M&A(인수합병)는 수조원의 차입금이 조달됐고, 매물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1592억원의 영업권을 상각한 점, 이마트 신용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된 점은 모두 M&A의 후유증이라는 판단이다. 신세계건설 주가가 1년 사이 약 50% 하락, 시총이 830억원으로 줄어든 점도 우려할만한 사안이라 봤다. 

이 회장은 “신세계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 회장과 경영진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마트는 PBR 0.17배, 신세계건설은 0.21배, 신세계는 0.38배로 모두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은 상황이며, 신세계그룹은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의 LVMH, 미국의 월마트는 신세계그룹과 동일한 ‘패밀리 비즈니스’를 선보임에도 장기 경영 성과와 주가가 우수하다고 비교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투자와 R&D에 집중하며 책임경영에 나선 점이 성과를 이어간 비결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내는 등 유통 본업이 경영 위기”라며 “더 시급한 것은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축소”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마트는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 없고, 최근 회계연도에 보수지급액 상위 3인은 등기이사가 아닌 패밀리 인사들(정용진 부회장 18억원, 정재은 명예회장 15억원, 이명희 회장 15억원)”이라며 “정 회장은 등기이사에 올라있지 않아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보수는 많이 받고 있어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9년 창립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단체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 등 회원 9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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