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15 14:54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다음 주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총 시즌'에 돌입한다. 전자·반도체·배터리 업체의 이번 주주총회의 주요 이슈는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 신규 선임 건으로,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20일, LG디스플레이는 22일,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LG전자는 26일, SK하이닉스는 27일 주총을 각각 개최하고 신규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 등을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는 당초 '기업의 외부 전문가'로 그동안 '거수기'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업들이 내놓은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 분야를 따져보면 회사 측에서 '미래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는 사업 분야의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기업들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후보를 보면 미래에 주력하게 될 사업과 크게 관련된 인물이 많다"며 "이는 회사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사외이사로부터 긴밀히 조언을 받는 등 역할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이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기 변동성이 클 때는 회사에 적절한 조언과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적임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사수해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해 개최된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해 개최된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전자·반도체 업계, 로봇 전문가 등 사외이사 선임 나서 

삼성전자는 이달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혜경 한성대학교 AI 응용학과 교수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로봇 전문가'인 조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최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로봇 사업에서 조언자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삼성전자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사장의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직속 후배로, 국내 첫 여성 로봇 공학자로 제어 계측, IT 융합,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22년 한국로봇학회 회장, 한국로봇산업진흥회 이사,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 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 사외이사로 선임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제 관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 교수는 로봇 교육 저변 확대와 중장기 기술 발전에 기여했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로봇 개발에 앞장선 로봇 전문가"라며 "금융 및 재정 전문가인 신 전 위원장에게는 최근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문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다. 지난해 87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통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83%를 확보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로봇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AI 반려로봇 '볼리'를 다시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볼리에 조만간 삼성 타이젠 OS를 탑재해 '삼성 TV 플러스'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해 볼리의 시연을 본 후 갤럭시 웨어러블과 연계하는 방안,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 탑재를 요구해 로봇 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LG전자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LG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김창태 LG전자 CEO(부사장)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김창태 LG전자 CFO 부사장은 LG이노텍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를 지내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LG전자로 발령을 받아 올해 LG전자에 합류했다.

또 공정거래 및 법률 전문가로 꼽히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한다. 강 사외이사는 양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LG전자는 실적 효자로 떠오른 전장(VS) 사업과 AI 전문가가 포진한 이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사외이사에는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겸 지능형자동IT연구센터장 ▲류충렬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회계학 부교수 등이 있다. 이 교수와 서 교수는 AI·빅데이터 분야, 자율주행차 분야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27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 등을 의결하게 된다. 

우선 안현 SK하이닉스 솔루션개발 담당(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안현 부사장은 낸드플래시 분야의 전문가로 최근 침체 상황에 놓인 낸드플래시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규 사외이사로 손현철 연세대 공과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영입한다. 손 교수는 '메모리 분야의 전문가'로 하이닉스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반도체와 메모리소자·집적 공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사진=채윤정 기자)
25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사진=채윤정 기자)

◆배터리 업계, 사내이사 선임 중점…대표를 사내이사 신규 선임도

삼성SDI는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한다.

김종성 현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고 박진 중대형 전지사업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게 된다. 

박진 부사장은 2014년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삼성SDI 임원이 됐다. 임원이 된 이후 줄곧 중대형 전지사업부에서 일해왔으며, 2015년까지 중대형 전지사업부에서 셀 개발그룹을 이끌었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마케팅그룹장을 맡았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SDI의 주력 시장인 유럽 법인의 법인장을 맡기도 했다. 2020년부터 중대형 전지사업부장으로 전기차배터리, ESS 등 사업 전반을 담당해 왔다. 

삼성SDI 측은 "그는 연구, 개발, 판매를 모두 경험했고 글로벌 거점 증설은 물론 합작법인(JV) 설립, 제품 라인업 다변화 등에 앞장서 왔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을 의결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LG화학 소형전지사업부장과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선임됐다. 

이외에 LG디스플레이도 22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러닝센터에서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정철동 CEO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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