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3.16 00:15
일각고래가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진제공=나무위키)
일각고래가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진제공=나무위키)

남성은 늙어서도 정자를 생산하지만, 여성은 50∼51살이면 난소 기능이 쇠퇴해 월경이 중지된다.

하지만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영장류는 폐경은 하지 않는다. 야생에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은 30대말까지 출산을 한다. 죽을때까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도 각각 수명인 60대와 70대까지 출산을 이어간다.

영장류와 달리 고래 가운데  들쇠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일각돌고래, 벨루가고래 등 이빨고래류 5종은 폐경을 겪는다. 범고래는 12∼40살까지 번시한 뒤 폐경을 하고 90살이 넘게 산다. 60살 넘게 사는 들쇠고래도 35살이면 번식을 멈춘다.

인간은 수명이 수십 년 남아 자식을 낳을 수 있는데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이다. 자연계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폐경의 비밀이 풀렸다. 

새뮤얼 엘리스 영국 엑서터대 박사팀은 최근 네이처에 "이빨고래류에서 암컷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총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폐경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빨고래류에서 폐경이 암컷이 번식 기능을 계속 유지할 경우 불가피해지는 딸이나 손녀와의 짝짓기 경쟁을 피하면서 후손 세대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에서 이빨고래류 5종에 대한 새로운 비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이빨고래 다섯 종의 암컷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종 암컷보다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같은 종 수컷보다 수명이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범고래의 경우 수컷은 보통 40살 정도에 죽지만 암컷 범고래는 90살까지 살기도 한다. 이중 특히 범고래는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진 촘촘한 가족집단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빨고래 암컷에서 폐경을 통해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폐경은 번식 기간이 딸이나 손녀와 겹치지 않게 하면서 자녀 및 손자·손녀와 함께 살며 도울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준다"고 말했다. 또 "인간과 고래가 수렴적 생활사를 보이는 것은 폐경 진화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이는 종에 이익이 될 때 폐경이 진화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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