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다가온 가운데, 학계와 업계, 정치권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금융혁신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금융권은 각종 규제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자장사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다양한 부수업무를 진행하지 못해 빅테크 기업보다 한정적인 사업만 영위 중이다. 때문에 금융권의 업무 다양성을 인정해야 수익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19일 뉴스웍스가 주최한 '2024 금융혁신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은행의 업무 다양성을 인정해야 다양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며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비금융 계열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을 발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각 법률이 채택하고 있는 금산분리 관련 규제의 유형은 각각 다르며 동일한 금산분리 규제 유형이어도 개별 법률마다 금지 및 제한하고 있는 기준도 달라 소유규제 및 업무범위 제한 규정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관민 포항공과대학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은 10~20년 전부터 이뤄져 왔으나 이제는 진출 전략의 전환,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 저변 확대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비유기적 성장전략을 함께 실행해야 현지 규제 장벽과 인지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포럼을 주최한 고진갑 뉴스웍스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금융권은 실적발표에서 디지털 플랫폼 실적을 핵심성과지표로 내놨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디지털 경쟁력이 기업 생존의 핵심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전통 금융사들은 기존 역량에 기반한 금융·비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업계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금융혁신 포럼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새로운 금융산업 패러다임을 위해 함께 노력할 뜻을 밝혔다.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이 안심하고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변화에 발맞춰 제도 개선과 발전 방안이 요구되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K-금융 성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 장이 열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각 영역의 균등한 성장을 위해 만들어졌던 기존의 제도는 빅블러 효과로 인해 변화한 지금의 금융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가 대한민국의 금융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값진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강조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금융은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금융의 안정성과 경쟁력 강화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찰은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규제의 완화 혹은 유지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 금융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안정과 소비자보호가 뒷받침돼야 하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지속가능한 진화와 도약이 가능하다. 저 역시 정무위원장으로서 우리 금융산업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관련 법체계 정비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