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22 12:23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모델인 배우 마동석.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채널)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모델인 배우 마동석.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채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홍보 및 대관 담당자를 발탁하며 대외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11번가 대관 출신을 부사장으로 영입, 최근의 정부 압박에 유화책을 펴겠다는 의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인 알리코리아는 지난 1월 티몬 출신의 A씨를 홍보팀장으로 뽑아 홍보팀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11번가 대외업무를 담당하던 B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대관라인 구축에도 나섰다. B씨는 올해 초 11번가를 퇴사하고 알리에 곧장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알리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정부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알리는 지난 2018년 국내 진출 이후 홍보 및 대관 담당 조직을 직접 꾸리기보다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관련 업무를 소화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13일 ‘해외 온라인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하며 중국계 이커머스를 정조준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정위를 시작으로 유관부서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갈 1순위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이는 대단위 투자와 맞물려 알리의 국내 시장 공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향후 3년 동안 국내에 1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약 18만㎡ 크기의 물류센터 구축에만 2600억원을 들인다. 이러한 투자 계획을 확정한 상태에서 정부 압박과 동시에 중국계 이커머스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면 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 2010년부터 전국 물류망 구축을 위해 12년 동안 누적 6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홍보와 대관라인을 함께 강화한 사례가 알리에게 본보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알리 이용자 수가 급증한 점도 인력 확충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와이즈앱)
(자료제공=와이즈앱)

한편에서는 알리의 신선식품 MD(상품기획자) 채용도 주목하고 있다. 알리는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가 잦은 신선식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부터 한국 상품 전용관 ‘K-베뉴(venue)’에 과일·채소·수산물·육류 등의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신선식품 판매와 동시에 서울 근무 조건의 MD 채용도 진행했다.

알리의 MD 채용에 국내 주요 식자재유통 업체들과 대형마트들은 경계령이 떨어진 상황이다. 알리가 좋은 보수를 제시해 신선식품 MD들을 ‘싹쓸이’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MD들을 중심으로 알리의 채용 절차와 조건 등을 문의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알리의 신선식품 판매 전략이 본격화되면 국내 1위 식자재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를 비롯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와 쿠팡, 컬리 등의 이커머스까지 영향권에 들어선다. 이들 업체는 충성고객 모객에 신선식품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최근 ‘그로서리(식료품)’ 전문관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의 신선식품 공략이 당장은 찻잔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겠지만, 최근의 물량 공세를 미뤄보면 단기간에 위협적 수준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며 “알리의 초저가 전략이 신선식품에서도 통한다면 기존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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