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13 18:2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출처=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시장 공략에 분주한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에 중점 투입하던 마케팅 비용을 한국 시장에 쏟아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진행될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격돌로 압축되면서 알리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시방석’에 앉았다는 진단이다.

중국계 이커머스들은 지난 2022년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테무의 마케팅 비용은 17억달러(약 2조2300억원)로 추산되며, 올해는 30억달러(약 3조9400억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무는 2022년 4분기 미국에서 광고 비용 지출 순위가 67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순위가 5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경우, 미국 시장의 최대 광고주로 등극할 수도 있다.

테무는 이러한 마케팅 투자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으며, 아마존에 이어 월 활성 사용자가 많은 쇼핑 앱으로 등극했다.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광고 영상 갈무리.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채널)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광고 영상 갈무리. (출처=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채널)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11월 미국 대선 이후 시장 퇴출까지 내몰릴 수 있는 처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관세를 60% 이상 매길 것이라 공언, 고율 관세로 중국계 모든 기업을 미국에서 몰아내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테무가 단기간에 미국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대단위 마케팅 투자와 함께 미국 정부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 면제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인 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면제 혜택이 일거에 사라지면서 60% 이상의 ‘살인 관세’를 물린다면 중국계 이커머스의 최대 경쟁력인 초저가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됐을 때 중국계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려워지면서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한국 시장에 대거 투입,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1위 사업자까지 노려볼 수 있다.

지난달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이용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의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지난해 2월(355만명)보다 130% 늘어난 818만명으로 나타난다. 2016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자료제공=와이즈앱)
(자료제공=와이즈앱)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 알리는 2위(818만명)에 올라 11번가(736만명)를 눌렀다. 지난해 7월 국내 전용 앱을 출시한 테무도 앱 사용자 581만명의 신기록 달성과 함께 G마켓(553만명), 티몬(361만명), 위메프(320만명)를 추월해 4위를 차지했다.

쉬인도 68만명으로 나타나 1년 전보다 386%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쿠팡(3010만명)은 1년 전보다 사용자 수가 57만명 늘어나 1위를 지켰지만, 중국 이커머스 급성장에 1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예방 종합대책을 내놔 중국계 이커머스에 압박을 가했다. 가품(짝퉁) 판매 등 국내 업체와의 규제 역차별을 해소하고 국내 입점업체에 대한 각종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도 추진하면서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한 제재 적용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힘입은 지원사격과 현지 시장의 소비 부진과 맞물려 해외 시장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을 볼 때 우리 정부가 단순 해법으로 접근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중국계에 잠식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한국 시장 투자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며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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