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8.09 15:46

"외인순매수 확대, 유동성 확대 등 대내외변수 호전...원환율 상승은 걸림돌"

<사진=SBS영상캡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새 색시 버선발처럼 사뿐 사뿐 오름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어느새 2040선을 돌파했다.

수출 감소,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이 사드배치에 따른 보이지 않는 경제보복조치 가동 등 나무만 보면 주식시장에 상승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스펙트럼을 넓혀 글로벌 시장의 한 부분인 코스피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숲을 보는 시각으로 증시를 보면 근래 보기 드물었던 상승 호재가 한꺼번에 밀물처럼 서울 여의도 거래소로 몰려 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을 주고 있는 대내외 요인으로 ▲주요국의 경기부양책 ▲외국인의 신흥국시장 투자강화 ▲2분기 주요종목 실적향상 ▲국가신용등급 사상 최고치로 상향조정 ▲국제유가 상승세 등을 꼽았다.

특히 외국인들이 연일 순매수 공세를 펴면서 주식상승에 따른 주식형펀드 가입자들의 환매로 인한 기관의 매도공세를 방어하고 있다.

반면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과 외국인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한 원화강세는 수출주력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에 누가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원화강세)할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환율만 안정세를 유지해 준다면 당분간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멈출 가능성보다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들어 코스피지수 4.2%대 상승

9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연중 최고치인 2043.78로 마감했다.  오후 3시께 2046.03포인트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다.   

지난 해말 코스피지수는 1961.31로 마감했었다. 이날 종가 기준 올 들어 지수 상승률은 4.20%(82.4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지수상승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크게 기여했다.

돌아온 외국인

외국인이 코스피로 다시 회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 4조97억원어치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월별 누적 순매수로는 지난해 4월(4조6493억원) 이후 사상 최고치다.

8월 들어서도 이날 현재 약 8433억원어치를 매수 우위 중이다. 이달 들어 지난 3일을 제외하고 연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매수 확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이후 유럽시장 침체에 따라 신흥국 중심의 위험자산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지난 달 4조여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유럽계가 절반이상이 2조8000억원을 매수우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영국계 자금은 7850억원을 기록, 투자자 국가별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탈퇴)결정 후 위축됐던 외국인 자금은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경기 부양정책에 힘입어 이달 들어 신흥국 위험자산 투자로 방향을 확실히 잡고 나선 모양새다.

외국인, 왜 코스피일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와 한반도 싸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이후 외국인 자금이 특별히 감소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왜 코스피를 떠나지 않는 것일까.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하로 투자자금을 마땅히 굴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데다, 지난해 낙폭이 컸던 코스피 종목들이 외국인들에게 훌륭한 먹잇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지속함에 따라 여타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 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브렉시트 영향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P 국가신용등급 ‘AA'로 상향 조정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조정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유지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고 원화의 추가강세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국내 주식시장, 특히 외국인 투자 흐름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코스피 실적 호전 종목 속출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영업이익은 약 150조원으로 사상최대치가 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신흥국 및 선진국 시장에 비해 20~50% 할인된 수준이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향후 전망은

환율이 가장 큰 변수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수조원대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까지 상승 원화 강세(원‧달러환율하락)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연초 1200원대 후반대까지 갔던 달러당 원화는 1110원대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화가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환전을 해야 차익실현이 되는 외국인들의 경우 차익실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갈 경우 아무리 대내외 변수가 증시에 우호적이라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의 추가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주식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수출기업의 경우 원화강세 경우 가격 상승 효과가 있어 영업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실적 감소로 인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대하는 주요 상장기업에 영향을 물론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의 매수강도와 실적측면에서 환율효과의 완화가 걱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달러당 1110원대에서 하방경직성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모처럼 주식시장에 찾아 온 상승 바람이 맥없이 잠잠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106.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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