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1.20 09:00
 일본식 양고기 철판구이 요리 '징기스칸'. <사진=홋카이도라이커스>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인들은 기발한 음식이름을 만드는데 가히 천재라 부를만한다. 다른 나라나 외국 도시는 물론 왕의 이름까지 마구 갖다붙여 만든 요리들이 적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해당 나라에 가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음식들이라는 점이라고나 할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엔나 커피'다.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 '비엔나 커피'를 주문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다. 비엔나에는 그런 이름의 커피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이 정확히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모카커피에 생크림을 얹은 오스트리아의 '아인슈패너'가 발음이 어려워 비엔나 커피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빈에서 비엔나커피 타령을 하는 외국인은 한국인과 일본인 정도다.

'징기스칸'이라는 양고기 철판구이 요리도 몽골과 전혀 상관이 없다. 징기스칸은 일본 홋카이도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표음식이다. 숙주나물, 파 등 신선한 야채와 어린 양고기 갈비를 구워먹는 이 요리는 홋카이도 주민들이 칼바람 부는 혹한의 겨울이나 벛꽃이 피는 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 모여 나눠 먹는 '영혼의 음식', 이른바 '소울 푸드'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져 최근 징기스칸 음식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몽골에 가서는 절대 징기스칸 요리를 달라고 하지 말길.

타이완라멘<사진=나고야관광정보>

나고야에는 '타이완라멘'이 있다. 이 음식 역시 타이완과 전혀 상관이 없다. 마늘, 고추와 멘치(돼지고기를 갈아놓은 것) 등이 가득 들어간 라면으로 매우 매운게 특징이다. 1970년대에 나고야에서 등장한 음식으로 타이완 출신의 요리사가 만들었을뿐 막상 타이완에는 없는 요리다. 초기에는 매운 국물을 바탕으로 한 라면이었지만 40년간 변신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비빔라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절대 팔지 않는 토마토케첩을 이용한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중국 텐진에도 없는 '텐진밥(天津飯, 짭조름한 소스와 달걀이 얹어진 볶음밥)'이 있다.  터키의 일본식 발음인 '도루코'를 넣은 도루코 라이스는 나가사키 지역의 명물요리다. 스파게티, 돈까스, 밥이 한꺼번에 같이 한접시에 나오고 카레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넣는 요리로 역시 터키에는 없는 요리다.

본토에도 없는 요리이름을 뜬끔없이 붙이는 일본인들의 엉뚱함을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문제될 게 뭐겠는가. 음식이야 맛있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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