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3.21 10:00

미 육군, 브랜드 'Army Strong'에서 'Be All You Can Be'로 바꿔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미 육군은 지난 3월 8일, 육군성 장관과 참모총장 그리고 육군주임원사가 직접 참석해 새로운 슬로건과 캠페인을 발표했다. 바로 'Be All You Can Be'이다.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캠페인을 발표한 배경은 간단하다. 

The modern brand and accompanying campaign highlight the vast possibilities of Army service for today’s youth. (청춘들에게 육군에서의 군생활은 향후 인생에서 방대한 가능성이 될 것임을 주목하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 육군의 브랜드 슬로건이 'Army Strong'이었음을 고려한다면, 강조하는 방향이 다소 달라진 느낌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던 시기에는 Strong을 강조했는데, 모병의 어려움을 겪는 현재로서는 청춘들에게 입대의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Who are you?"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누구이다"라고 간명하고 자신있게 설명하는 것처럼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를 향해 "‘누구세요?" 라고 물었을 때도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바로 브랜드(Brand)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는 단순하게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상품명, 또는 공공기관의 이름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meaning)가 융합되고, 스토리텔링이 들어가야 하며 고객들이 스스로 깊게 공감해야 한다. 즉 소비자인 고객이 호감과 긍정의 느낌이나 가치의 공감대를 스스로 간직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육군의 30만여명 구성원들이 뿜어내는 전투력은 하나의 제품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만들어내고 흉내낼 수 있는 그런 대량 공장생산의 복제품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육군은 다른 국가들의 육군, 그리고 대한민국의 공군이나 해군과는 달라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업들에게 브랜드는 절대적이다. 고객들은 성능이 유사한 많은 제품들 가운데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심한다. 브랜드가 제자리를 잡아갈수록 기업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그 반대의 경우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충성도(Royalty)를 갖게 되며, 심지어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브랜드를 대변하는 수호자가 된다. 

군에서 흔히 말하는 선승구전(先勝求戰) 역시 브랜드 파워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있다.

육군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어떤 브랜드 슬로건과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쉽게도 아미(ARMY)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유명한 아이돌그룹의 팬클럽 이름이 연상되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검은색 ROKA 티셔츠를 다양하게 입고 다닌다. 가슴에 새겨진 영문약자가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알고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으나, 그러한 글자와 의미를 가까이에 둔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이다.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각 군을 소개하는 화려한 용어들이 많았지만, 브랜드라는 단어는 육군에서만 볼 수 있었다. 

미군의 홈페이지는 브랜드 캠페인을 기준으로 다양한 추진사항들이 정리되어 미군 장병과 국민들에게 알려진다. 반면 우리의 홈페이지에는 최고 지휘관의 지휘방침이 초기 화면에 표시된다. 

항공병과였던 지금의 미 육군참모총장은 취임한지 40개월이 훨씬 넘었는데, 그는 지난 3월초 육군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캠페인을 직접 발표한 것이다.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으로 의인화가 될 수 있다. 과거 기업에서 브랜드 토의를 할 때 "우리 회사는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50대 후반의 말 많고 배 나오고 넥타이 맨 남성 꼰대 같다"라면서 "이런 사람을 과연 누가 좋아할까"라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 우리의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의인화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자발적인 설득과 충성스러움을 그 특징으로 한다. 특정 브랜드에 대해 고객이 갖는 애착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진정성이다. 흔히들 말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표현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는 자칫 가식적인 표현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과의 관계, 즉 고객의 마음이다.

국민들이 국방부를 생각할 때마다 헌법의 가치를 가장 숭고히 인식하며 지켜나가는 조직으로 인식되어야 국민들은 '국방부'라는 브랜드에 대하여 충성도를 갖게 될 것이고, 군복 입은 사람들과 군인들의 미션에 대하여 존중하고 존경할 것이다.

브랜드는 지구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는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담부서를 만들고, 실행을 뒷받침하는 브랜드 규정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브랜드 파워(Brand Power)가 곧 전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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