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03 18:51
엄효식 마편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엄효식 마편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달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에서도 “싸워 이기는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장병들이 확고한 대적관과 군인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장병들의 정신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언급된 문장들만 보더라도 거시적 차원의 ‘이념’이란 단어는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강조한 ‘장병 정신전력’ 교육의 위상은 현재 어디쯤 머물고 있는 것일까.

국방부가 발간하는 2022 국방통계연보에는 국방연구원(KIDA)이 장병들을 대상으로 2021년 조사한 설문조사 통계가 실려 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간부의 58.5%는 북한을 ‘기본적으로 적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응답했으며, 35.2%는 북한을 ‘협력도 할 수 있고, 적대도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응답했다.

병사들의 46.1%는 북한을 ‘협력도 할 수 있고, 적대도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응답했으며, 44.2%는 ‘기본적으로 적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정신전력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설문결과라고 해석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정신전력 교육에 대한 올바른 위상과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다.

군에서 정신전력 분야를 담당하는 병과는 원래 정훈이었는데, 이후 홍보영역이 추가되면서 ‘정훈공보’로 명칭변경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는 정훈이 뒤로 빠지는 ‘공보정훈’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정신전력 교육은 거의 외곽으로 밀려나서 무기력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4년 만에 다시 ‘정훈’ 병과로 명칭이 돌아왔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방부 장관도 연일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다행스럽고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방향은 올바르게 설정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장병들의 인식과 마음을 정확하게 터치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둘째, 최상의 교육콘텐트 개발을 위하여 적정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장병들이 접하고 있는 콘텐트는 대부분 국방TV와 국방일보를 중심으로 영상을 반복시청하거나 깨알같은 인쇄물을 윤독하는 수준이다. 성과 있는 교육진행을 위하여 교육환경과 여건의 개선, 콘텐트(Content) 개발이 미흡하다.

군생활 소통 커뮤니티 ‘마편’의 익명 게시글은 장병들이 현재의 정신전력 교육에 대하여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1년 6개월동안 들으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일과도 안하고 앉아서 교육들으니깐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다 비슷한 내용,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그냥 영화 보여주기 이렇게 가버리니깐 전혀 실용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병들이 호응할 수 있는 좋은 콘텐트의 개발은 탁월한 기획력을 지닌 정훈장교들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예산이 필수적이다. 

2024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예산은 자그마치 657조 원이다. 그가운데 국방예산은 59.6조 사실상 60조원이다. 그 가운데 장병 정신전력을 위한 예산은 진중문고 등 연관되는 예산까지 모두 포함시켜도 약 5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전체 국방비 가운데 0.08% 수준이다. 적어도 1% 수준은 되어야할 것 같은데, 국회 국방위 심의를 통해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길 소망한다. 

셋째, 정신전력을 총괄하는 정책과 연구조직, 인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20여년전 국방부에서 정신전력교육을 총괄하던 조직이 정훈국이었는데, 그이후 정신전력과, 또다시 인접기능과 통합된 정신전력문화정책과로 담당조직이 달라졌다. ‘달라졌다’는 표현보다는 ‘축소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국군장병 50만명의 정신전력을 10명도 안되는 국방부 직원들이 1인 다역할로 커버하고 있다. 

정신전력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는 경험 많은 전문인력들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국방정신전력원의 연구원을 공개모집하는데 항상 지원자가 없거나 미달이다. 석사급 이상의 고급인력을 원하는데,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으로 대전지역 거주,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넘는 급여 등 어느 하나의 조건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올바른 연구인력이 합류할 수있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렇지않으면 정책과 연구를 고민하기보다 공문서 처리, 교육자료 제작지원, 행정적 조치들에 매몰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뭔가 달라지길 기대하는게 욕심이거나 요행일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치열한 전황은 결코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지나치기 어렵다. 우리에게 적대적인 북한이 핵무기와 장사정포,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로 대한민국 전역을 언제든 정확하게 타격할 수있고, 또한 우리보다 2배 이상의 훨씬 많은 지상군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그러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올해 기준 57조원의 엄청난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 육군 105㎜ 견인포가 155㎜  최강 자주포로, 공군 F5제공호가 F35 첨단스텔스 전투기로, 해군 소형고속정이 이지스함과 잠수함과 같은 첨단의 무기체계를 갖춘 강한 군대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러나 첨단의 무기체계, 엄청나게 국방예산을 소비하는 다량의 장비가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수호해야하는 군장병들에게 첨단의 무기체계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이 강한 정신전력이라는 명제에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장병정신전력 강화를 보다 진정성있는 시각으로 들여다보면서, 장병들과 함께 소통을 시작해야하는 최적의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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